군에 간 아들에게 쓰는 편지(군 입대 25일 차) -사진(올림픽대교, 노을과 자전거)

2010. 9. 8. 13:59글 이야기/군에간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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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대교와 노을 그리고 자전거(사진) 

    군 입대 25일 차 -원에게-

     

    원아 금요일 밤이 깊어가네.
    19일 원이가 쓴 편지 잘 받았어, 훈련하느라 고생이구나.
    엄마가 염려하는 대로 여기 저기 까지고 물집에 고생이구나.
    그래도 불평하지 않고 잘 견디는 아들이 고맙구나.

    엄마에게 세심하게 모든 내용 적고 동생과 친구들에게 따로 나눠 편지지를
    아끼느라 뒤편까지 깨알처럼 써내려간 원이 사랑이 보이더구나.
    집에서 넉넉하고 풍요롭게 지내는 것과는 너무도 달라서 적응하기에도
    벅찰 텐데 나름대로 원이가 군 생활을 받아들이고 적응해주는 것이 고마워.

    오늘 카페에서 살펴보니 면회날짜가 5월 17일경이라는데 아마도 자대배치 받은
    결과에 따라 자대별로 다르다더구나. 엄만 16일 4단 시험을 보는데 아무튼
    우리 원이에게 선물로 합격을 안고 가야할 텐데 열심히 해볼게
    원이가 지금 생활에 충실하듯 엄마도 역시 최선을 다해보마

    봄이 여름으로 달려가든 듯 하다가 다시 주춤하고 소나기와 천둥 번개를 동반한
    변덕을 부리며 비를 뿌리네, 오늘 밤도 비가 간간이 내리더구나.
    토요일에 원이도 훈련을 마치고 꿀 같은 휴식의 휴일이 기다리네.
    그래 일주일간의 피곤한 훈련에 녹초된 몸과 마음을 충전시키는 휴일이 있어
    참 다행이라 생각이 든다.

    엄마도 휴일 없이 여전히 맹훈련에 강의에 바쁘지, 원이 보는 날 우리
    서로 구릿빛 얼굴에 하얀 이만 보이며 웃겠구나.
    야간 행군이 있다고 했는데 마쳤는지 모르겠네. 무거운 30kg 메고 한다니
    염려도 되고 군화가 맞지 않아 고생하고 있다니 마음이 아프고 어찌 맞는 것으로
    바꿀 수는 없는가 보네……. 처음 고생했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구나.
    발이 커서 맞는 군화를 제대로 못 골라 신은 거니? 에휴 군화는 훈련병의
    가장 기본적인 것인데 그것이 맞지 않으면 어쩌니 아무튼 엄마가 알아볼게,
    어찌 되어 바꿀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리고 원이가 사랑하는 까미 걱정을 하는데 원일이가 까미 집에 가두어 놨어
    아마도 원이가 휴가 나올 때까지는 잘 지내리라 생각해, 까미가 달라진 원이 모습
    보고 기억이나 할까? ㅎㅎㅎ까까머리에 군복 입으면 원이인 줄도 모를 거 같다
    암튼 첫 면회 때는 원일이랑 함께 가는 날로 잡을게, 그래야 우리 세 가족이 모두
    상봉하지 않겠니.

    원아 잘 자, 토요일 잘 보내길 바래

    비가 흩뿌리는 밤에 아들 보고픈 엄마가 2008. 4.25 PM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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