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간 아들에게 쓰는 편지(군 입대 23일 차) -사진(천연염색,감물-잣)

2010. 9. 6. 06:25글 이야기/군에간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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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충남역사박물관에서 감물들이기 천연염색

군 입대 23일 차-원에게-
 
원아 발 아프지?
애구, 여기 저기 까지고 물집 잡혔네. 엄마가 어떻게 알았게…….
사실 오늘 정훈장교님께서 사진으로 부대원들 주간 행군하는 사진을 올리셨더라.
그래서 알 수 있었지
참 그리고 대대장님 사진으로 뵈었고 인사말씀도 봤어 영상으로 카페 대문에 올려져있어
훌륭한 분 아래에서 지도 받으니 잘 해낼 거야
어제 수류탄 투척 훈련하느라 힘들었지? 원이 오늘 사진에 웃고 있더라.
전우들하고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한 편 놓이는 걸 강원도 고성 날씨는
어떠한지 궁금하구나.
서울은 오늘 아침 일찍 비가 개였지 햇볕이 나는가. 했는데 바람이 몹시도 불더구나.
아침 일찍 행사 때문에 나갔거든 강바람이 어찌나 세게 불던지 자전거 속도가 안 나더라.
하지만 오후에 돌아오는 길에는 등 뒤에서 바람이 씽씽 불어서
수월하게 집으로 돌아왔지, 그래 무엇이던 보면 그래 오르막만 있거나 바람만 맞서는 게
아니더라. 순풍에 돛달고 떠가듯 쉬운 길도 만나고 어려운 길도 만나 지금 원이가 받고
있는 훈련도 그런 거야 지금이야 힘든 과정이지 하지만 그 과정 지나고 나면 이것쯤이야
하는 대단한 용기가 생기리라 믿는다.

(참 편지 쓸 때 글을 엔터치지 말고 쓰라 하시네. 그래야 복사하기 좋으시데.
엄마도 붙여 쓰마 이해해)
조금 있으면 자대 배치 받겠구나. 훈련 마치고 그곳에 자대 배치 받는다고 했던가.
아무튼 조만간 자대배치 결과를 받겠지, 요즘 집에 들어올 때 우편함을 더 자주 살펴
혹시라도 원이가 편지 보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

원아 엄마 편지는 자주 받을 테니 우리 원이 편지 쓰기 힘들고 피곤하면 가끔 해도 된단다.
힘든데 편지 쓰는 것에 의무감처럼 하지는 말고 쓰고 싶을 때만 써.
엄마는 사실 이렇게 낙서하는 거 좋아하잖아 원이랑 대화를 못하니 이렇게라도
혼자 주절주절 말하는 게 왠지 마음이 안정되고 꼭 옆에 원이가 있는 것 같아
원일이는 제주도로 수학여행 간다고 하더구나..아마도 원이 휴가 나와서 얼굴 보고
다녀올 거 같아 9월에 간다고 했으니까 참 성용이도 9월에 군에 간다고 했어
너 휴가 나오면 보고 갈꺼라고 하더라. 너를 무척 보고 싶어 해
원아 피곤 할 텐데 푹 자고 내일을 맞이하자
원이가 늠름해지는 만큼 더욱 많이 웃는 엄마가
2008. 4. 23 PM: 09:45
http://homihomi.tistory.com 호미숙 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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