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입대 9일차 -봄빛 같은 초록 아들, 원에게(아들에게 쓰는 편지)

2010. 8. 1. 10:06글 이야기/군에간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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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촌토성 왕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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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빛 같은 초록 아들, 원에게

      어제의 풍경에 오늘을 덧칠하니 초록이 점점 짙어 가고
      초록에 뿌려진 색색의 꽃들이 지천으로 피워낸 한강의 둔치
      강물 위에 피어오른 노을이  후리지아 꽃 비늘로 여울진다.

      초록 가운데 낮은 키로 자란 민들레 꽃이 눈에 띄어
      아들 원이가 거수경례라도 하듯 반기는구나.
      원아 너를 102보충대에 입소시키고 오던 날
      네 마지막 모습은 마음 깊이 새겼단다.

      꽃피는 봄에 군에 간 원이는 어떤 꽃으로 비유할까
      생각해보면 보랏빛 등나무 꽃이란 생각이 든다.
      제 몸을 뒤틀어 오르고 오르는 등나무는
      그늘을 드리고자 그토록 긴 세월을 비틀었는지 모른다
      푸른 지붕을 만들고 보라 송이를 주렁주렁 매달아
      포도를 연상케 하지, 등나무 아래는 언제나 여유가 있고
      휴식이 있어, 긴 여정의 나그네 발길을 쉬게 하지
      원이와 같은 초록부대원들이 있기에 우리가 이토록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거 아니겠니

      봄 뜰을 구르고 달리며 종일 훈련에 임하고 있을 초록 아들 원아
      긴 벤치에 스민 햇살에 따사로운 바람이
      원이와 엄마 사이에 놓인 거리를 좁히며 봄 입김처럼 부는구나
      가끔, 너의 주변에 사람 아닌 인기척이 느껴질 땐
      그것은 엄마가 간절한 기도를 하고 있어서일 거야
      새순의 연한 잎이 세월 지나 강하고 짙푸름으로 넘실대면
      너의 구릿빛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겠지
      그날까지 우거진 숲처럼 강건하게 보내길 바란다.


      봄볕 내리쬐는 풀밭에서 엄마가-homihomi-호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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