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간 아들에게 쓴 편지- 군 입대 10일 차

2010. 7. 30. 11:47글 이야기/군에간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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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스 파워블로거 호미숙-자전거랑 사진여행

      봄비, 꽃비 뿌리는 날 -원에게-

       

      서울 남산은 벚꽃으로 흐드러지는 중에

      비가 뿌려 꽃잎을 떨구는구나

      오늘 원이는 어떻게 보냈을까

      다들 선거 날이라 해도 그다지 관심이 없는지

      투표율이 저조하다더구나…….

      오늘 같은 날은 훈련도 없었을 텐데 무엇하고 지냈을까.

       

      입대해서 처음으로 비가 내리는 날이 아닌지

      우리 원이 비오니까 마음이 심란한 것은 아닌지

      엄마가 마음을 잡지 못해서인지 우리 원이도

      엄마처럼 비오니까 상념에 젖은 건 아닐까 생각한단다.

       

      왜 그런 거 있잖니,

      비가 오고 흐린 날이면 왠지 모른 지난 추억과 기억으로

      막연한 그리움에 가슴이 뭉클 해지는 것 말이야

      분위기에 취하고 무드에 잘 젖는 감상적인 사람이라면

      다들 그럴 거야, 원이도 센티멘털이잖니

       

      원아, 우리 원이에게 재미난 이야기라도 해줘야 하는데

      어떤 이야기 해줄까. 엄마나 동생 원일이 에겐 크게 다름없는

      그날이 그날이지, 대신 우리 원이 그리워하는 시간이 많아졌지

       

      오늘 국궁체험교실 강의하는 거 MBC에서 촬영해갔단다

      화제집중이란 코너인데 후에 동영상이 나오면 보내줄게

      참, 원아

      우리 원이도 글 쓰는 거 좋아하잖아,

      그전에 원이 시를 읽으면 깊은 감동을 받았는데

      원아 종종 시간 나면 글을 써보면 좋을 것 같아

      엄마가 인터넷으로 올리는 글을 복사해서 전달된다는데

      아무래도 일반 우편으로 부쳐주는 것도 좋겠지?

      주소 알아두었으니 원일이랑 친구들 친필 편지 받아서

      함께 부쳐 보낼게.

       

      군 입대 한 지 열흘인데 우리 원이에겐 지루한 시간이었을까

      아니면 금방 지나가는 시간으로 느껴졌을까

      고통스럽고 힘겨우면 길게 느껴지고 그래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다보면 그 안에서 즐거움이 솟고 하다보면 빠르게 느껴질 거야

      이왕 지내는 거 즐겁고 신나게 보내야지,

      환경과 상황을 즐기면 어디서든 시간은 빠를 거야

       

      원일이는 더욱 의젓해졌단다.

      형아 없는 사이 더욱 충실하고 요즘은 헬스까지 하고 있어

       

      아까 현관문 열어 놓고 있는데 커다란 고양이가 현관 밖에 나가 놀던

      까미를 쫓아왔는지 거실까지 들어와서 까미를 노려보더라.

      엄마 깜짝 놀랐지, 까미가 겁을 먹어 엄마 방으로 달려와 구석으로

      숨더라, 문 열어 놓는 거 조심해야겠어.

       

      또 자정을 넘는 시간이네

      오후부터 내린 비가 여전히 창밖에서 후두기고 있구나.

      원아 자장가 삼아 이 빗소리에 편안히 잠들길 바란다.

       

      엄만 내일 남산 벚꽃 축제에 또 참석해야 해서 바쁘게 보낼 거야

      원아 잘 자고, 아침에 힘들지 않게 일어나길 바래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고 잘 지내

       

      또 편지 할게 -엄마가-

      2008.4.1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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