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간 아들에게 쓰는 편지(첫면회-두 달만의 상봉)(군 입대 69일 차)

2010. 12. 28. 14:36글 이야기/군에간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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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 원에게

 

원아 너의 늠름한 모습을 뒤로 하고 돌아 오는 길 담담히 안녕을 하면서

차에 올랐을 때 너의 무거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던 모습을 떠올렸어

67일 만에 너를 만나러 가는 길 많은 설렘으로 가슴 뛰었단다

그동안 편지나 전화로 안부를 알고 있었지만 내심 다 말하지 못한 어떤

어려움이라도 있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앞섰지

 

속초로 향하는 길에 멋진 풍경을 차창 밖으로 흘려 보내며 저런 첩첩산중에

원이가 근무 할 텐데 하는 염려를 하면서도 서울에서 볼 수 없는 자연 속에서

2년이란 세월을 군인으로서 국가를 수호하는 막중한 책임으로 임무 수행을

다 할 것에 그저 마음 뿌듯했다

 

이른 새벽부터 원이가 보고 싶어 3시에 잠을 깨어 외출 준비를 해놓고

숙소 창으로 보이는 동녘 여명의 아름다움에 빠져 사진기 들고 일출과 새벽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원이 만날 부풀음에 가슴 벅찼지

그렇게 아침 일찍 원이 부대를 찾아가 신분증 맡기고 원이를 기다리는 동안

면회실에서 건너다 보이는 부대를 살폈어 정말 높은 산에 구름이 걸려

깨끗한 하늘에 초록 풍경이 근사했었지. 원이가 저 만큼 걸어 오는 것을 보며

직감으로 원이 인줄 알았어 훨씬 늠름해졌고 살도 쪄보이던 걸,

바로 면회실에서 만나서 엄마~ 그리고 원아~~ 부를 때 가슴 뭉클해서

울뻔 했는데 꾹 참았다.

 

원이가 그랬지 국가에서 제공하는 2년짜리 기숙사 다녀오는 마음으로 다녀온다고

그래서일까 군생활에 불편함과 어려움보다는 좋은 이야기만 해주었고

고된 훈련에 대하여 막내로서 스스로 해야 하고 익혀야 하는 것에 당연시 했던

원이가 고마웠어.

 

속초로 나와서 배고프다는 원이와 아침을 같이 먹고 여행하는 동안 정말 즐거웠단다

오래 전 아빠 군 면회 갔을 때처럼, 아빠가 계셨다면 원이의 지금의 모습을 보고

너무도 대견스러워 하셨을 텐데. 우리는 그런 아쉬움은 가슴 속에 묻은 지 오래잖아

그래, 우리는 지금을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거야

 

속초의 곳곳에 관광을 하고 멋진 바다 풍경을 감상하면서 엄마와 아들의 재회는

시간 가는 줄 몰랐지, 언제 원이랑 이렇게 오붓한 시간을 갖을 수 있을까

동생 원일이는 학교 가는 토요일이라 함께 하지 못했지만 후에 방학에 멋진 추억을

또 만들어 보자

 

속초의 명소를 골고루 찾은 후 엑스포 광장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청초호를 돌면서

또 우리들만의 추억을 만들었지

하룻밤을 우리 아들 옆에서 자면서 의젓하고 성숙한 모습에 마음 한 켠 더욱 뿌듯했단다

그렇고 또 하루를 맞이 하면서 자전거를 빌려 속초 여행을 시작했지

원이가 훈련으로 고된 것 알았지만 사실 움직이지 않으면 할 거라곤 겨우 컴퓨터 밖에 없기에

좀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었던 거지

 

원이가 힘들면서도 자전거를 타고 함께 여행해주는 것에 정말 고마웠다

점점 원이가 귀대를 해야하는 시간이 가까워 오자 마음 한 쪽이 짠해지기 시작했어

내심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 서로에게 배려했던 아들과 엄마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알았지. 그렇게 2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원이 복귀하러 부대로

가는 길 푸른 숲 속으로 들어가는 또 하나의 초록

원아 엄만 원이에게 너무 고맙단다. 지난 시절 어렵고 힘든 시절 잘 견뎌내주고

어려운 곳 중 어려운 곳인 그 부대에서 잘 적응해 주는 것에 든든하게 생각해

원아 내년이면 최전방으로 들어가기에 면회가 안된다고 했지

그 전에 원일이랑 또 면회할게 혹여, 전국대회가 강원도 근처에서 이뤄지면

엄마가 가능한 면회를 할 수 있도록 해볼게...

 

원아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어 더욱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

언제나 지금처럼 나보다는 상황에 적응하고 이해와 배려가 있는

군대 시절 보내길 바라면서 또 쓸게....

엄마 면회 후에 혹시라도 마음앓이는 하는 게 아닐런지 염려가 되지만

원이는 잘 극복하리라 믿어

 

사랑한다 원아 -첫 면회를 다녀와서-

2008.6.9 am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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