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간 아들에게 쓰는 편지(군 입대 58일 차) (사진-한강의 노을)

2010. 12. 12. 09:16글 이야기/군에간 아들에게

반응형


-사진-광진교 남단 스타시티에서 본 한강의 노을-


이병 원아~~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수요일이구나

원이 어디에 있든 간에 안전하고, 감기 조심하길 바란다

 

며칠 전 원이가 부탁했던 물품 어제 우체국에서 부쳤단다

지난 번 다 사지 못했던 것들도 보냈는데

원이 필요할 때 사용하고 같은 내무반 전우들과도 함께

사용하길 바란다.

 

그리고 원이에게 엄마가 보내 줄 수 있는 혹시, 과자나 캔디 등

필요한 것도 있으면 말해줘, 엄마가 보내줄게

 

오늘은 비가 와서 자전거도 탈 수가 없는 날이네

활터도 공사가 있어 여유롭게 집에서 머물러야 할 것 같아

 

오늘은 뭐하고 지낼까

참 어제 엄마 국수하고 냉면 사왔는데

원이가 좋아하는데 저녁에 비빔국수 해먹으면서

원이 생각났어, 원이는 뭘 먹고 있을까 하면서 말야

 

원이에게 요즘은 이틀에 한 번으로 편지를 쓰잖아

오래전 아빠가 군에 갔을 때 그때가 자꾸 생각나더라

여자 친구가 편지 누가 많이 오나 하는 이벤트였었어

평상시 하루 한 통씩 편지를 썼는데

어느날 아빠에게서 연락이 왔었단다

엄마랑 비슷하게 편지를 보내는 라이벌이 있다고

그때 엄마가 궁리 끝에 짜낸 아이디어가

아침과 저녁 출 퇴근시 아빠에게 편지 보내는 거였지

 

날마다 쓰니까 편지이기보다는 사실 그냥 하루 일기였고

엄마의 독백 같은 거였지, 아무튼 그때 추억이 새록 새록 나는구나

 

아직 원이가 컴퓨터를 볼 수 없다고 했으니 원이가

컴을 접할 수 있는 시간에 이 편지 언제 다 읽지 ㅎㅎㅎ

너무 자주 쓴다고 부담스러운 건 아니리라 믿는다

원이가 여자 친구가 있으면 좋을 텐데 말야..

 

아까보다 빗줄기가 약해졌구나

야간 훈련이라도 하면 몸이 젖을 텐데

더욱 건강 조심해...

 

원이 목소리 또 기다릴게.. 잘 지내

 

비오는 수요일 아침에 엄마가

2008. 5. 28 am 09:08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