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간 아들에게 쓰는 편지(군 입대 91일 차) (사진-올림픽대교 야경)

2011. 2. 28. 08:25글 이야기/군에간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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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대교의 야경-

이병 최원에게

 

원아 잘지내지?

엇그제는 네 소식이 궁금해서 다른 부대장님 통해서

네 소식을 중계로 들었구나

얼마나 바쁘면 엄마에게 제대로 전화도 못하고

대신 동생하고 통화했다면서...

엄마가 전화 오는 시간에 받지 못하면 그렇게라도 하려무나

 

무엇보다 늘 긍정적으로 임하는 울 원이가 자랑스러워

그분께서도 그러네 더이상 원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그래 정말 감사할 일이지

 

원일이는 오늘부터 시험인데 어젯밤은 밤새우더니

지금 잠이 일찍 들었네 새벽에 깨워야 하겠구나

 

엄마는 여전히 자전거 사랑에 푹 빠져서

열심히 거르지 않고 마치 원이가 군대에서 훈련 받듯이

나름 최선을 다한다

일단 여행이 좋고 카메라 들고 다니는 설렘이 있어 좋구나

언제 이런 여유 한 번 갖아 보았던가

 

아빠 돌아가신 뒤로 정말 바쁜 삶을 살았지

이젠 마음의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것도 우리 원이가

군 생활 잘 해줘서야..

오늘 엄만 아빠랑 함께 살던 정릉 배밭골을 다녀왔단다

북악스카이웨이 올라서면서 마음이 찹찹해지더구나

너희들 어렸을 때 함께 봉사 활동 다니던 영유아원도 스치고

엄마가 힘들 때면 혼자 음악을 듣고 글을 쓰던 곰의 집도 들렀단다

우리 원이 아빠 얼굴 겨우 기억할 나이...

벌써 12년도 훌쩍 넘어서는구나..

참 세월 빠르구나

 

오늘 다녀온 길은 사실 대부분이 업힐 구간이었어

엄마의 투지를 실험하고 싶었단다.

빠른 속도로 평지를 달리는 것보다 그토록 가파른 길을 오를 때

그 힘겨움이란 삶에 굴곡 같음일 거야

언제나 탄탄대로는 없듯이 산이 있으면 계곡이 있는 법

 

원아 우리 지난 시간들 눈물 나도록 아픈 일들..

다 잊어버리자 이젠 힘들게 놓여진 언덕길도 당당히 맞서

오를 수 있을만큼 세월도 지났고 우리는 단단해졌잖니..

 

오늘 엄만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갖는다

누가 알아줘서가 아니라 나에게 나를 인정해주고 싶구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모든 이를 사랑 할 줄 알거라고 생각해

원아 늘 내가 있음으로 세상의 존재가 아름다운 거야

지금 시간 우리 원이는 훈련이 없다면 고운 꿈나라 이겠구나

 

당당하고 씩씩한 우리 원이 잘자렴..

엄마가 또 편지 쓸게.. 사랑해.. 토닥 토닥~~

 

2008.06.30 유월의 마지막 밤을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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