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간 아들에게-원이 입영전야 그리고 입대(춘천102보충대)

2010. 7. 23. 11:44글 이야기/군에간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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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회동에서 비내리던 날에


 

원이 입영전야 그리고 입대(춘천102보충대)-1

  

원이가 오늘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 입대 하는 날이었다.  
그동안 덤덤하게 입대를 맞던 원이가 긴 머리를 잘라야 하니  
조금은 서운하고 아쉬움이 있는 듯 했다  
동생 원일이와 친구들 함께 모여 마지막 입영전야를 보내면서
형아가 간다는 것에 못내 아쉬움이 많아서 인지 형 곁을 떠나지
못하고 친구들 중에도 가장 먼저 군 입대를 하는 원이기에
친구들도 서운한 마음과 잘 다녀오라는 말도 해주며
군인으로서 더욱 멋진 대한의 남아로 되어 오길 바랐다  

입영 전 날 저녁 식사 후부터 친구들과 노래방 들러 놀다가  
24시간 영업하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빡빡 밀고 나타났다
새벽 두시에 . 잠이 안 오는지 아이들이 잠을 못 이루고 있었다.  

주변에 막 제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군에 간  
자녀를 둔 가족들의 말씀도 들었기에 나도 담담히 보내리라  
생각했다.  
마음은 굳게 먹었지만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아빠가 돌아가신 뒤 12년이란 세월이 흐르는 동안  
두 아들의 사춘기를 보내며 많은 우여곡절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군 입대 하는 아들 앞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애썼다  
평일이라 친구들도 동생도 함께 배웅 할 수 없어 엄마와 함께 떠나는  
춘천행…….  

군에 가 있는 동안 여러 가지 염려스러움도 있었지만  
속으로 기숙사 있는 학교 보낸다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오늘 함께 가는 동안 차안에서 원이가 하는 말 …….  
어쩜 둘이 텔레파시라도 통했을까.  
원이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기숙사 있는 곳에 2년간 다녀온다는 생각으로 가겠다고  
얼마나 기특하고 자랑스러웠는지, 나름 속으로 얼마나 불안도 했겠으며  
한 번도 가족과 긴 시간 떨어 진 적이 없었는데, 듬직하게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에 한마디로 예뻤다.  

춘천 102보충대에 도착하자 이미 많은 입영자들이 모여 있었고
함께 배웅하려 온 가족들이 입영자들보다 훨씬 많았다  
보충대 안쪽에 위치한 무대에서는 장병들 입소식에 환영행사가 치러지고
나름대로 장기자랑을 하는 장병들과 군악대에 맞춰 한껏 축하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오후 1시 반 국기에 대한 맹세를 시작으로 입소식이 시작되었다  
이런 저런 안내와 더불어 군에 대한 요즘의 환경개선과 복지시설에 대하여
꼼꼼하게 설명해주시며 가족에게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심을 시켜주셨다
언제 이토록 컸는지 183의 훤칠한 키에 늘씬하니 늠름함이 우리 아들이  
최고다~~~~ -고슴도치도 제 자식 예쁘다니깐 ㅎㅎㅎ    

신병입소식을 안내하면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도 말해주는데 얼마나 웃겼는지  
ㅎㅎㅎ  
전투복은 28개 사이즈로 되어있어 거의 맞춤과 같다고 보충 설명해주셨고
자유스럽게 입어보고 선택하라고 하면 장병들이 쫄바지형태 전투복을 입고
딱 맞는다고 하고 또한 힙합바지처럼 넓고 큰 바지를 입고 딱 맞는다고 한단다.
그리고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의정부 입영장소로 갈 사람이 잘 못 알고 춘천으로
오곤 한다면서 또는 대상자 대신 다른 사람이 입대하러 온다고 했다  
가족들과 장병들이 한참 웃었다.    

4일 후에 훈련부대 배치를 해준다고 설명을 마치고 가족과 이별의 시간에
잠깐 장병들에게 선착순 2-300명 앞으로 나와서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큰절을 할 장병들은 나오라고 했다.  
대부분 입영대상자 장병들이 다 나간 것 같았다.
어엿한 대한의 건아로 가족을 떠나 국방의 의무를 다하려 가는 장정들의
뒷모습이 내 아들이나 다른 집 아들들이나 멋져 보였다.
씩씩하게 걸어 나가 가족이 있는 쪽을 향하여 큰절을 올리고
몇 명은 앞에 서서 군생활의 다짐과 가족에게 하고픈 말을 했다
원이도 큰 소리로 잘 다녀오겠다며 파이팅을 외치며 그간 엄마 혼자
동생과 함께 자신을 키워준 것에 대한 감사함을 말해주었다
듬직했다. 사실 눈물이 날려는 것을 참았다  

잠깐 부모님과 가족, 친지와 친구들에게 상봉을 하고 이별 시간에
어머니들은 아들을 껴안고 흐느껴 울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아들들은 뒤돌아보면서 발길을 옮겼다.  

난 원이를 안아 주며 말해줬다.  
우리는 울지 않는다, 잠깐 좋은 기숙사 들어간다고 생각하자
잘하고 올 꺼라 믿어 원아 장하다…….  
마지막 손을 놓으며 뒤 돌아 당당히 걸어가는 원이 뒷모습이  
그저 자랑스럽기만 했다.  
체육관으로 향하는 장병들의 긴 줄이 안 보일 때까지  
오랜 시간 머물다 돌아 왔다.  

오는 길 내내 많은 생각을 했다. 앞으로 2년간 원이가
더욱 성숙한 남자로서 내 앞에 나설 것을.
어려움이 있어도 잘 버텨 내고 이겨 낼 것이라 믿으며  
지금 밤 9시 모든 일정 마치고 취침을 준비할 시간일 텐데
원이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갑자기 눈물이 난다. 아까 헤어질 때도 흐르지 않던   눈물이…….  

모니터 위에 사각의 액자 속에 침묵하고 있는
원이 아빠가 잘 다녀올꺼야라고 말을 건네주는 것 같다  
그래, 원이 아빠 원이 군 생활 잘 이겨내도록 지켜줘요.

 

원아 사랑한다~~

 

원이 입영전야 그리고 입대(춘천102보충대) -2 -클릭하세요 

원이 입영전야 그리고 입대(춘천102보충대) -3 -클릭하세요 

 입영 전 날, 동생이 형아 곁에서 내내 있었다. 같이 있을땐 잘도 싸우더니,,
 허전할 거 같다면 아쉬워 했다
원이 저머리가 3시간뒤 완전히 까까머리로 변신한다는 ㅎㅎ

 

 4월 1일 아침 춘천 102 보충대로 향하면서...

 

 두시간을 걸려 달려 갔다

 

 

 

 원아 이젠 늠름한 군인 아저씨란다.. 잘 다녀오렴..

 어깨보다 더 내려왔던 머리를 싹뚝 잘라내고 밀어냈으니 자꾸만 이상한 듯 만지고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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