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숙 포토에세이[가을풍경에 서성이며]

2010. 7. 21. 09:47글 이야기/포토포엠.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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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숙 포토에세이[가을풍경에 서성이며]
조인스 파워블로거 호미숙-자전거랑 사진여행
 
 

 

 

짙푸르던 나무들이 

먼저

온몸으로

가을을 맞는다

 

 

저 피빛 절규는

기쁨의 함성인지

마지막 이별에 대한

숭고함의 침묵인지

가을이 불탄다

 

 

미련을 거두지 못한

하루해의 짧음에

마지막 초록은

풍경처럼 댕겅대고

 

 

흩어진 가을언어들이

바람 끝에 몸을 비틀어

빛바랜 세월 속으로

연기처럼 사위어 갈 때

 

 

망부석처럼

서 있는

앙상한 나무 아래

너는 내가 되고

나는 네가 되어 눕는다

 

 

갈바람에 맞서

당당함으로

뜨거운 햇살을 들이킬 때

붉디붉게 용솟음치는

그것은

가을 그리움 이었노라고,

 

 

봄부터

3계절 동안

카멜레온으로

감추고 숨겨왔지만

마침내 스스로 무너지고 마는

겨울 앞에

 

 

수 많은

사람들의

가을 그림자는

추억이라는

단어 아래 사그라질 터

 

 

거울 속에

비친 가을을 눌러

압화를 그려둔다

지금 이대로

그대로 있기를 바라며

 

 

 

가을을 향한

끝없는 소망은

타고 오르다

떨어지는 아픔에

가을풍경 속을

서성이며 쉼을 찾는다

 

 

가을 끝

언저리를 배회하다

차디찬 물 속에 빠져들어

긴 겨울, 얼음 속에 갇혀서도

가을이길 착각할지언정

가을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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