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21. 09:45ㆍ글 이야기/포토포엠.포토에세이
가을 여심 -호미숙-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담벼락에 써내려간 그대만을 위한 사랑시가 지워지기 전에 오소서! 사립문 활짝 열어 놓고 그대 맞을 준비를 해 놓았습니다
가을 밤, 문득 소스라치듯 바람이 스쳐가면 혹시나 그대일까, 그대였을까 ,그대이기를 바라는 마음 가을 뜰에서 고개를 빼고 산 아래만 바라봅니다
혹여, 그대가 오실까 늦은 저녁에 마당을 쓸어 놓았지요 깊은 밤 발자국 남기며 홀연히 다녀가지 않았을까
여명이 밝아 와도 그대 흔적은 그 어디에도 없네요
그대가 저 붉은 담장 너머에 까치발 들어 들여다 보고 갔으리라 착각을 한답니다 아침마다 붉은 낙엽이 나 뒹굴어 흩어진 것은 담장에 기대어 남몰래 마음만 놓고 간 것이겠지요
빈 줄을 물고 있는 빛바랜 빨래 집게는 긴긴 세월 비바람에 씻기움을 거듭하여 삭아 없어질 제 모습을 모르고 허공의 오선지에 아픈 선율을 그리고 있네요 저 슬픈 멜로디가 들리나요? 내 안에서 울고 있는 또 다른 나의 애달픈 곡조랍니다
때론 양지뜸에서 따스한 가을볕 아래 허락없이 당신 어깨에 기대어 스산한 갈바람에게 내 마음 꺼내어 당신 귓가에 들려주고 싶네요
어젯밤 창문을 세차게 두들기던 갈 바람에 비라도 몰고 올까봐 우산도 준비 해놓았습니다
가을비에 젖기라도 하면 어쩌나 돌돌 말린 커다란 우산을 펼쳐 그대 오시는 동구밖까지 마중하려했지요
한 없는 기다림에 하루가 저물어 버렸네요 첩첩 산중 까지 찾아 오시는 길 길이나 잃지 않을까 오늘도 마당의 은행나무에 노랑등 밝혀 놓겠습니다
-사진은 봉화 팸투어 여행시 축서사 가을 풍경들- |
'글 이야기 > 포토포엠.포토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미숙 포토에세이 [흔들린 빛의 아름다움] (0) | 2010.07.21 |
---|---|
호미숙 포토에세이[타인이 주는 삶의 감동-자전거 여행 중에] (0) | 2010.07.21 |
호미숙 포토에세이[가을비와 여인의 독백]-북촌한옥마을에서 (0) | 2010.07.21 |
호미숙 포토에세이[가을이 전하는 말] (0) | 2010.07.21 |
호미숙 포토에세이[가을풍경에 서성이며] (0) | 2010.07.21 |
호미숙[포토에세이]가을이 머무는 풍경 (0) | 2010.07.21 |
호미숙[포토에세이] 강물을 읽는 사람 (0) | 2010.07.21 |
[포토에세이]초가 지붕, 풀 한 포기-호미숙 (0) | 2010.07.21 |
호미숙[포토에세이]주인을 잃은 시골 집(농촌을 버린 사람들) (0) | 2010.07.21 |
호미숙[포토에세이]감에 대한 추억 (0) | 2010.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