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숙 포토에세이[가을비와 여인의 독백]-북촌한옥마을에서

2010. 7. 21. 09:57글 이야기/포토포엠.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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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숙  포토에세이 가을비와 여인의 독백
 
조인스 파워블로거호미숙-자전거랑 사진여행 

 

 

뜨거운 폭염을 지날 쯤

그늘 만들어 오가는 이들에게

휴식처가 되어 주었던 벤치에

흐린 하늘에서 뿌린

가을비에 낙엽비가 쌓인다

 

저 자리에 놓인 순간 부터

벤치에 쌓인 수많은 사연들은

빗물에 씻기우지 않으리

 

언제였던가 어두운 밤

벤치에 누워 잠을 청하던

노숙자는 어디로 떠났는지

그의 기억되고 싶지 않은 기억만큼은

씻어가주고

그에게도 계절 갈이처럼

삶의 변화가 있기를 ...

 

 

등을 돌려 업드린 낙엽에

맺힌 빗방울이

줄을 맞추어 크기를 달리

눈물로 쓴 편지를 펼쳐 놓았는데

무슨 의미인지

이별의 아쉬움을 써내려간 것인지

영롱한 보석을 진열할 것인지

읽힘에 따라

보는 이에 따라

달리 보이겠지요

 

 

텅 빈 농구 코트장엔

흥건하게 빗물이 고여

수채화 풍경을 그려 넣고

그 곳에 들어서자

나 또한

그림 속 풍경으로 거닙니다

 

 

비 오는 날은 대부분

우산을 들고 서있는 것이 상례이지만

어느분은 이렇게 벤치에 앉아

우중 사색을 즐기기도 하고

 

우산을 쓴 여인은

갈길 바쁜지 발길을 재촉합니다

그 모습을 사진기에 담은

또 한 여인

셋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가을비를 맞습니다

 

 

아름다운 가을에 어울리는 쇼 윈도우 앞을

지나가던 우중의 여인의  뒷 모습을 보며

다른 누군가의 시선에

내 모습은 어떻게 비춰질까

공연한 상상을 해보기도 합니다

가을 낭만을 제대로 느끼는 날입니다

 

 

거리를 배회하다 힐끗거리며

대상을 찾는데

어느 카페 입구에 가지런히

접어 놓은 색색의 우산이 눈길을 잡네요

안내판에 써진

두루

모든 음료 Take- Out

들어가고픈 유혹에도

꾹 참고 다시 떠납니다

 

 

찬찬히 뿌려주던 가을비가 점점 거세게

기와지붕을 때리고

다닥다닥 붙어 지은

가옥의 낙숫물 소리가 들리는 길

오래된 골목길에

핑크빛 우산을 쓴 여인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네요

 

셔터 누르는 것이라도 들킬새라

재빨리 누르고

시선을 다른 쪽을 돌려봅니다

 

 

 

높은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본 어느 집의 

신발 세 켤레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지만

가족의 단란함을 엿보았습니다

 

넓지 않아도

크지 않아도

하루를 행복하게

마무리 하고

 

귀가 할 집이 있고

반겨줄 가족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 아닐까요? 

 

 

갈래길에서 만난 시멘트벽의 벽화

누군가의 낙서인가 하고 가만히 살펴보니

그것은

금이간 벽과 벽사이를 때운 자국을

덧칠한 흔적이었습니다

비오는 골목길 추상화를 감상합니다

 

유년 시절 개구장이 친구가

좋아한다고

00은 누구꺼라고 써놓아

놀림 받았던 기억이 절로 납니다

 

 

녹슨 자전거 한 대가 길가에 묶였는데

내리는 비에 방울방울 맺혔네요

이쪽은 그래도 민심이 좋은가 봅니다

묶어 놓은 자전거도

많이들 훔쳐가곤 하는데

가회동 언덕 위에 집들이

고만고만하게 정겨운 만큼

사람들의 인심 또한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길다란 쇠줄에 반지 하나가 걸렸네요

아하 빗물보석 반지였습니다

가끔은 이렇게

깔끔하고 단순한

사진을 담으며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지요

 

딱히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이지만

물방울 하나가 주는

몰입의 힘을 느끼지요

 

빗방울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지 않나요?

 

 

 

차가운 가을비에 쇠사슬에 맺힌 빗방울은

추운 겨울이라도 온듯

싸늘한 느낌이지만

차가움 속에서

마음을 맑게 해주는

힘을 느껴봅니다

 

언젠가

뜨락에 앉아 졸고 있다가

처마 끝에 고드름이 녹아내리다

머리 위에 부딪고

차가운 물방울이

얼굴을 때리고 목선을 스칠때

순간 잠이 확 달아났었지요

 

 

곡선으로 된 난간 끝에

맺힌 줄 빗방울을 헤아리다

눈이 부셔 그만 감고 말았네요

 

아침일찍 장을 보러 가신

어머님을 기다리다

갑자기 내린 비에

이제나 저제나 오실까 하는

아이의 염려 담긴 빗방울입니다

 

 

 

비는 오로지 투명한 존재이지만

빛을 머금어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비가 그려내는 세상은

세심함으로 보기보다는

약간 흐린 눈빛으로

바라볼 때 욕심도 없고

허물도 가려지는 듯 하지요

 

사람들은 그래서

비오는 날을 즐기나 봅니다

환상의 세상을 꿈꾸듯이 말입니다

 

 -사진은 북촌 한옥마을에서-

-지금까지 가을비에 홀로 수다를 즐기는 중년 아줌마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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