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숙 포토에세이[삶이란, 흐리고 비 온 뒤 눈]

2010. 7. 21. 10:06글 이야기/포토포엠.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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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숙 포토에세이[삶이란, 흐리고 비 온 뒤 눈]

 

호미숙-자전거랑 사진여행<<---중앙일보[조인스 파워블로그]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던 2009년 크리스마스

남산 석호정(전통활터)을 오르는 길목 대나무가 계절을 잊고

날카로운 잎새 초록으로 바람에 날을 세우고

 

처음과 같이 변함없다는 것 쉬운 듯 하면서 어려운 일

초록으로 태어나서 초록으로 자라나

초록만을 고집하는 대나무

 

너의 절개를 노래하는 이들이  많지만

이기적이고 간사한 사람들만 차고 넘치나니

나, 너를 바라보매 부끄럽기 한이 없네

 

 

 

집을 잃은 건지, 집을 뛰쳐 나온 건지

아니면 야생에서 태어났는지 검둥이 길냥이

인기척이 들려도 스을쩍 고개만 돌릴 뿐

놀라지도 겁도 내지 않는 너의 여유가 부럽구나

 

지난 봄에도 너를 보았는데 계절이 여러번 바뀌어도

한결 같이 그 모습으로 산을 지켜주는 네가

반갑고 고맙구나,

야생에서 배고픔에 힘들었을테고

모진 비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온몸으로 맞서 너를 지켜냈으려니

 

집이 있으매 좁다고 불평하는 사람들

 잠을 자고 사는 곳, 삶의 아식처가 아닌

팔고 사는 것으로 재태크의 욕심

한심스러움에 미안하구나 

 

 

흐린 하늘에 하나 둘 겨울비가 흩뿌리다가

보슬비가 부슬부슬

거리를 스쳐가던 풍경 속

사람들은 각기 다른표정으로

우산을 펼쳐들어 우산만큼 하늘을 잘라내어

받쳐들고 종종걸음이 바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즈음에

사람들의 발길은 어디로 향하는 걸까

2010년을 향해 내딛는 발걸음에

활력이 넘치는데

 

어디선가

웅크리고 앉아 떨고 있을 노숙자의 긴 한숨이

회색도심을 흥건히 적신 겨울 빗방울에

아른거리다 흩어진다

 

 

겨울비에 풍덩 빠진 늦가을이

마지막 흐느낌으로 몸부림치다가

차가워지는 새날에 얼어 붙으련만

완전히 메말라 바스라 없어질지라도

가을은 가을이었노라고 외치리라

 

겨울의 한 가운데 떠가는 가을

잊고자 했던 아픔일랑 묻고자 하지만

문득문득 기억의 되새김질은

묵직한 두통으로 남는다

 

2009년 한 해를 돌아보며

지우고 싶었던 일들을 깨끗이 퍼멧을 시키고

새로운 달력 위로 펼쳐질 신년의 계획들이 알차도록

믿음의 힘을 불어 넣어본다

 

 

인생사 생각하기 나름 아니던가

낙엽은 낙엽으로서 존재할 때가 가치가 있고

꽃은 시들기 전까지 꽃으로서 향기 가득하면 될 것이거늘

 

오늘도 무수한 사람들은 자신을 가리기 위한

덧칠과 덧씌움으로

가면무도회장을 활보하며 헛웃음을 삼킨다

 

나는 누구였네라 더욱 돋보이고자

타인을 폄하하거나 격하시키면서

높이려 하는 사람들이 거리를 웅성여도

부동자세로 서 있는 공해에 찌든 앙상한 겨울 가로수

가녀린 나뭇가지 속으로 생명의 활력이 흐른다

 

 

비 온 거리를 서둘러 떠나는 사람들

일그러진 자신의 그림자를 밟아도 아픔을 모른다

내려치는 빗방울이 후둑이며 우산을 두들겨야만

빗소리가 들린다

 

빗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삶의 귀를 먹었었다

작은 우산 아래 공간에서 청아하게 들리는 빗소리

숨쉬는 심장의 박동소리에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세상에는 슬픈 사람도 많고 아픈사람도 많건만

지옥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

비가 씻기운 거리처럼

맑고 밝음으로 넘치길 

 

 

붉게 서 있는 입간판에 맺힌 겨울 빗방울

여름에도 그러하였고 가을에도 그러하였고

계절이 변해도 빗방울은 여전히 영롱하게 빛나건만

 

툭 건들기만 해도 떨어지며 사그러질 보석

순간이라도 우주를 품고 세상을 품었다

 

순수했던 유년의 꿈은 어디로 사라지고

전쟁같은 삶의 투쟁 바라보는 눈빛에

살기마저 가득한 너, 나, 그리고 우리들

 

 

2009년 아쉬운 크리스마스 깊은 밤

길가의 가로수 빛공간으로 흩어지는 작은 입자

아무도 모르게 살며시 부끄러운 세상을 덮으려

소리 없이 하얀 눈이 흩날린다

 

눈이  쌓여 하얀세상으로 변하는 순간

아무일도 없었던 삐에로의 웃음처럼

하얀 미소는 날개를 달고 하늘로 솟아 오른다

 

하루 24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침부터 깊은 밤 까지

흐리고, 비 온 뒤 눈

이처럼 예측할 수 없는 우리네 삶이 거늘 

 

 

두 바퀴로 그려놓은 삶의 궤적

같은 희망을 향해 달려가도

이리저리 곡선을 긋기도하고

직선을 긋기도 하며 돌고 돌아 온 지금

 

너는 그곳에, 나는 이곳에

우리는 이렇게 각자 서야 할 곳이 따로 있음이니

한 해를 시작 때 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했건만

 

365일 흐른 뒤

쾌속 질주하였거나

혹여 느리게 달렸다고 해도

하루 더 사는 것도 아니고 쳐지는 것도 아니었네

 

 

12월 크리스마스 아쉬움으로 떠나보내며

밤이 어둑해진 공원 풍경

붉은 조명 아래 흰눈은 오간데가 없고

 

착시현상으로 날려버린 하얀 설경

오리무중 날씨 덕택에

하루 동안 날씨체험을 한 하루

 

우리네 인생사

이처럼 굴곡의 연속이 아니던가

새해맞이 기지개를 힘껏 켜고

또 한 해의 주인공이 되어 무대를 오르자

아자! 

 

2009년 한 해를 마무리 할 즈음에

-호미숙의 시집 속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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