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21. 09:34ㆍ글 이야기/포토포엠.포토에세이
영암 학산정 갈낙탕 전문식당에서-09.09.13
[호미숙 추억 하나]
감에 대한 추억
내 유년의 추억 중 잊지 못할 기억 하나 그 중에 늦여름 땡감 우려먹는 것은 소중함으로 기억된다.
소나기라도 주룩주룩 쏟아지면 뒤뜰 장독대 옆을 지키던 감나무 다섯 그루 아직 익지 않은 땡감이 비바람에 떨어져 흩어지면 오빠랑 주어다가 빗물이 고인 장독대 뚜껑 빗물에 담가두고 삼사일 지나면 떫은맛이 사라지고 달짝지근한 맛으로 우려지지요.
예쁘고 잘 우려진 것 골라먹기를 가위 바위 보로 내기를 하면서 아직 덜 우려진 떫은 감도 너무도 맛있게 먹었던 유년의 추억…….
땡감 잘 못 건드려 상처라도 나면 감물이 옷에 들 곤했지요. 감물은 빨아도 빠지지 않아 어머님께 꾸중을 들으면서도 오빠랑 저는 신나게 웃고 즐깁니다.
계절이 바뀌어 가을이 오면 감나무 아래서 또 다른 행운을 줍곤 하지요 벌레가 흠집을 내면 땡감은 어느새 홍시처럼 익어가지요 갈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는 날이면 감나무 아래 철퍼덕 떨어져 터지기도 하고 다행히도 잘생긴 홍시도 떨어지고 홍시 한 입 베어 물면 그 어떤 과일보다 맛있었지요.
겨울이 되어 이파리 하나 없는 감나무 꼭대기 감하나 까치가 한 마리 찾아와 까치밥을 쪼네요.
장독대 빈 항아리 지푸라기 속에 묻어둔 빨간 연시가 추운 겨울 긴긴밤 호롱불빛 아래 할머니랑 즐겨먹던 야식 이었지요
오빠, 우리 감 주우러 갈까~~? 그 때 생각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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