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시장의 화사한 봄빛깔, 향긋한 봄내음(남대문시장)-

2011. 3. 9. 07:00주요 활동/하이서울뉴스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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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시장의 화사한 봄빛깔, 향긋한 봄내음(남대문시장)-호미숙

 

 
 
 
 
봄은 봄이다. 숙녀복 상가에 들러보니 깔끔하게 진열된 옷들마다 화사하고 밝은 색깔로 온통 울긋불긋, 원색인 총천연색이다.

이미 개장시간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가 가장 분주했으며 리포터가 찾아간 시간은 어느 정도 정리를 하고 간간이 찾아오는 소매인과 도매상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무리의 인파가 몰려간 자리는 조용하고 말이 시장이지 고즈넉할 정도로 조용하기만 했다.
 아직 찬바람이 가시지 않는 이른 새벽, 창밖은 어둠으로 캄캄한데 잠을 못 이루고 달려가 찾은 곳은 남대문시장. 삶에 권태를 느낄 때마다 찾는 곳이기도 하다.

삶에 대한 생동감이 넘쳐나고 역동적으로 바삐 움직이는 시장풍경의 느낌은 곧 새로운 삶의 활력소다. 새벽 4시를 넘긴 이른 시간, 화려하게 조명을 밝히고 있는 상가가 있는 반면 이미 불이 꺼진 상가도 많이 보였다.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마저 뜸한 시간, 아무래도 구제역과 고유가 여파로 인한 불경기 탓일까? 봄을 맞는 새벽시장 치고 마치 파장을 맞이하는 풍경처럼 보였다.
  

 
 
 
 
 여성용 재킷만 취급한지 20여년 되었다는 '바나바' 강남이(54세)씨는 젊은 시절부터 디자인에 관심이 있었고 패션에 남다른 호감이 있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계절이 바뀌면서 두툼하고 털로 장식된 겨울옷을 정리하느라 손길이 바빴다. 밤낮을 거꾸로 생활하면서도 밝은 이미지로 손님들을 상대하고 나면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봄철이 되어 손님들이 늘긴 했지만 예전 보다는 훨씬 못하다면 서도 입가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외출이 잦아지는 봄철에 많이 나가는 옷을 물어보니 가벼운 점퍼나 바바리 종류라고 말했다. 마침 봉천동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주부가 겨울철에 해간 옷들을 교환하려 왔다고 했다. 특히 요즘에는 판매도 판매지만 옷을 교환하는 경우가 많아 손길이 더 많이 간다고 했다. 하루 매출 장부를 정리하고 새벽기도를 위해 교회를 간다던 뒷모습이 경건하기까지 했다.


 

 
 
 
 
 시어머니를 이어 며느리인 김윤희(45세)씨가 운영하고 있는 '뉴다모아' 여성용 바지만 전문상가에 들렀다. 이곳에도 색색의 바지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오가는 사람들의 구경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동대문시장이 들어서기 전만 해도 남대문 시장은 정말 잘 되었는데 요즘 같은 경우엔 솔직히 말해서 권리금마저도 포기하고 가게를 버리고 떠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남대문 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싸게 구입하려는 것이 목적이기에 원단 값이 올랐어도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남편과 함께 운영하고 두 아이들도 부모님 영향으로 착하게 학업에 충실하다며 자랑을 했다. 애들 크는 재미로 힘들어도 버텨내고 그래도 늘 꾸준하게 잊지 않고 찾아주는 단골손님들이 있어 힘이 난다고 했다.


보통 이곳의 점포는 가내수공업 형태로 직접 디자인도 하고 생산을 한다고 했다. 가게에서만 취급할 수 있는 수량만 만든다고 했다. 두 평도 안 되는 작은 공간에서 앞 가게와 마주 있으니 시장상인들 간에는 끈끈한 정이 많아 오히려 식구들보다도 친척들보다도 훨씬 가깝게 지내며 서로의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정도까지 눈치 챈다고 했다. 비록 지금 경기가 힘들다고 해도 늘 그래왔듯이 지금에 충실하다보면 좋은 날이 있지 않겠냐며 막역한 걱정보다는 희망 섞인 웃음 띤 얼굴이 밝았다.

 

 
 
 
 
   
새벽 5시경 다시 자리를 옮겨 시장 통을 벗어나 좁다란 골목길로 접어드니 남대문 시장 안에 위치한 또 다른 형태의 재래시장이었다. 큰 트럭에서 싱싱한 숭어를 내려놓던 수족관 아저씨는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커다란 생선들을 옮기느라 바쁘고 주인아저씨는 시장기를 채우려는 듯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주변에는 하루를 맞이하는 분주함으로 아직 어둑한 골목길이 어수선할 정도였다. 좁다란 길에 야채가게, 고추방앗간, 생선가게, 오밀조밀 붙어 있는 풍경에 짐을 싣고 나르던 손수레와 트럭까지 맞닥뜨리니 좁은 길이 포화상태였다.

 
 
 
 
 여전히 차가운 새벽바람에 추위를 견디려 뜨거운 물에 커피를 건네주던 야채가게 주인 이정자(65세)씨는 봄동, 달래, 냉이, 세발나물 등 봄나물을 진열해 놓고 이곳에서만 36년째라면서 요즘처럼 경기가 힘든 경우는 처음이라며 그래도 손을 놓지 못하고 매일 새벽시장을 연다고 말을 이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는 식당의 주인들이 있다고 했다. 지금쯤 손을 놓아도 된다고 하지만 자신도 타인이 열심히 사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듯이 자신 또한 열심히 사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여명이 밝아 오는 시간 남대문 시장의 어둠이 걷히고 출근을 서두르는 사람들과 하루를 준비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허기를 달래려 맛집을 물어보니 갈치조림으로 유명하다는 골목길을 소개해주었다.

수십 개의 갈치조림 식당이 즐비하게 들어선 골목길, 뿌연 수증기를 내면서 콩나물을 삶고 있던 식당, 훤히 보이는 주방에서는 갈치조림의 입맛을 돋우는 냄새에 이끌려 발길을 들어섰다. 이 골목길 식당은 대부분 한국산 갈치를 이용하고 있으며 갈치 값이 워낙 비싸져 가격을 올린 지 얼마 안 된다고 했다.

한동안 가격도 올리지 않고 그대로 운영했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단다. 그래도 이 골목길 식당가는 갈치조림으로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터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새벽시장에서 몇 시간을 보내며 시장 상인들의 애환을 듣다보니 힘들어도 힘들다 하기보다는 그래도 내일의 희망을 안고 살아가기에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그분들만의 힘을 느끼고 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88도로의 차량들이 꽉 들어차고 하루를 열리는 아침태양이 동녘하늘을 환하게 비추며 떠오르고 있었다. 마치 시장상인들의 바램처럼…….

원문보기-http://homihomi.tistory.com/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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