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아부지 겨울은…….[시골풍경, 포토에세이]

2012. 1. 16. 08:41글 이야기/포토포엠.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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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천 청풍문화재단지에서]

 

울 아부지 겨울은…….[homihomi 호미숙]

초겨울 이엉 얹어 새 단장한 초가지붕 아래에 투명 고드름은 종유석처럼 뿌리를 자라다가 녹아지고 처마 밑 여름내 빗물을 받아내던 낙숫물받이 돌 판에는 얼음으로 석순을 키워내는…….
마당을 가로질러 철사 줄로 묶여 높게 세워진 바지랑대에 떠받친 빨래 줄에는 꽁꽁 언 옷이 나무집게에 물려 거꾸로 만세를 부르며 젖은 물을 짜내고 지나다가 걸려 언 빨래가 부러뜨려져 듣던 엄니 꾸중하던 고함이 들리는…….

아부지는 나뭇간 채우려 빈 지게에 지게꼬리 흔들며 산에 올라 소나무 아래 갈퀴 자국 선명하게 마른 솔잎 긁어 부대에 담고 참나무, 청솔나무, 가시나무 낫으로 쳐내어 새끼줄로 묶어 놓고는 고목나무 톱으로 베고 솔방울도 주워 바지게 위에 높다랗게 쌓아 놓으십니다. 등에 진 나뭇짐이 무거워 굽힌 허리 작대기에 힘을 빌려 간신히 일어나 발걸음 뒤뚱이며 비탈길을 내려오시는 얼굴엔 한 겨울에도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
고…….

헛간 볏짚 작두질에 여물은 쌓이는데 아부지 뼈마디마다 울음을 내고 풍구를 돌리며 왕겨를 한 줌씩 뿌리며 쇠솥 아궁이에 불 지피고 세찬 바람은 굴뚝의 뿌연 연기를 옆으로 눕혔다. 저녁상을 물리며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고 김치 한 조각에 시름 달랜 뒤 깊은 밤 따끈한 사랑방에 앉아 새끼를 꼬고 꺼치와 가마니를 짜는 손길에는 굳은살이 박히고 지문이 지워졌다.

그해 겨울 비닐하우스 특용작물마다 가격은 폭락하고 장에 내다 팔아봐야 헐값에 처분되어 품삯은 고사하고 비닐 값에 턱도 없이 부족하기만하고 이듬해 종자를 바꿔도 별반 다를 게 없던 그 시절, 외양간 누렁소가 재산 1호였던 그 때, 너나 할 것 없이 가난한 삶의 일상이었다.

삭풍에 문풍지 떨려 울어 휘파람 소래내고 시린 달밤에 들리는 아부지 코골이와 섞여 들리는 신음소리는 차가운 겨울밤의 적막을 깨는 멜로디였다. 새벽닭이 홰를 치기 전부터 기침소리 내며 몸을 일으킨 아부지는 싸립문 열어 젖혀놓고 무쇠 솥에 여물과 등겨 한 바가지 넣어 쇠죽을 끓이는 모습에 외양간 누렁 소는 워낭소리 내며 큰 눈으로 부엌의 아부지만 멀끔히 바라보고…….

식어버린 구들장이 다시 뜨거워지는 새벽녘 이불 속을 파고들던 꼬맹이들 게으름을 피우며 늦잠자다가 엄니 성화에 눈 비비며 몸을 일으키고 문고리에 손이 쩍쩍 달라붙는 아침, 내복바람에 우물가 세숫대야에 따신 물 붓고 고양이 세수 마치고 쪼르르 밥상에 둘러앉자 고봉으로 담은 아부지 쌀밥을 한 숟갈씩 덜어내어 아이들 주발에 나눠주며 함박웃음의 애들 모습에 아버지 골 깊은 주름이 펴지며 하회탈처럼 미소를 지으시던 울 아부지, 겨울은 이렇게 아버지의 그리움이 솟구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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