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그리움 셋- 나의 유년시절 겨울나기(아침풍경)

2012. 1. 25. 08:42글 이야기/포토포엠.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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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그리움 셋

나의 유년시절 겨울나기 (아침풍경) homihomi-호미숙

 

(먼저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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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밤새 자고 일어나면 소리 없이 쌓인 눈이 온 세상을 백지로 만들고 마당을 가로지른 빨랫줄을 떠받친 바지랑대 꼭대기에도 눈 방망이가 되고 거꾸로 매달린 옷가지 위에 소복하게 눈이 쌓여 덮고 토담 넘어 앙상했던 감나무 가지도 밤새 하얗게 덧칠을 해놓았지요. 뜰 장독대에는 하얀 고깔모자를 곱게 쓴 장독들이 다소곳 서있는 풍경입니다. 제나 가장 먼저 일어나신 아버지는 싸립문을 열어 놓고 마당부터 쓸어 내고 눈이 너무 많이 내린 날에는 마당 가운데 길게 길만 트여 놓아 오솔길을 만들었습니다.

 

아궁이에 불 지펴 쇠여물을 쑤고 한소끔 끓이면 등겨를 한 바가지 얹어 김이 올라 솥 눈물이 줄줄 흐르면 구수한 쇠죽 냄새에 앞마당 외양간 누렁소가 코를 벌름이고 워낭을 흔들면서 부엌만 멀끔히 눈을 끔뻑거립니다. 다시 여물 솥을 깨끗이 닦아 내고 찬물을 부어 다시 물을 덥혀 놓으면 그제야 어머니가 조반을 준비하기 시작했지요.

 

쇠여물 쑬 때, 주로 장작이나 아카시아나무 또는 청솔가지를 이용했고 밥을 짓거나 국을 끓일 때는 화력을 조절하기 좋은 누런 솔잎을 때곤 했습니다. 잎나무나 신문이나 종이부대자루를 찢어 보통 불쏘시개로 이용했지요. 얼마 후에 석유곤로를 구입해서 주로 국이나 찌개를 끓이곤 했습니다. 아궁이 잔불은 화롯불을 담아 안방에 넣어 아주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었지요. 이 때 성냥 보관을 아주 잘 해야 했습니다. 습기가 차면 불을 켤 수가 없거든요. 아리랑 성냥이 떠오르네요.

 

아버지가 쇠죽 쑤고 어머니가 아침 조반 준비를 마치면 게으름뱅이 우리들은 늦잠을 자느라 아랫목 이불 속을 파고들었지요. 어머니의 깨우는 소리를 여러 번 듣고서야 빨간 내복바람에 뜨거운 물 한 바가지 떠다가 고양이 세수하듯 하는 둥 마는 둥 머리라도 감았던 날이라면 우물에서 뛰어 들어오는 사이 고드름이 얼 정도였고 보통은 코 잔등에 물만 묻히고 후다닥 뛰어들며 문고리 잡으면 쩍쩍 달라붙을 정도의 추운 날. 손은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져 튼데 특효약인 바세린을 발라서 비닐로 칭칭 감았었지요. 지금 생각해도 손등이 아파오네요.

 

온 식구 둘러앉은 밥상엔 푸성귀만 놓였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최고의 상차림이었습니다. 조반을 마치고 설거지 하려면 얼마나 손이 시리던지 고무장갑도 없던 시절 뜨거운 물에 설거지를 해도 손이 벌겋게 되곤 했습니다. 뜨거웠던 물은 왜 그렇게 빨리도 금세 식어버리는지...

 

아침 조반 후, 물지게 지고 위뜸 샘물에 가서 물을 길어와 큰 물 항아리에 가득히 찰랑찰랑하게 채워 놓아야 엄마는 부자가 된 듯 뿌듯해 하셨습니다. 얼음을 깨고 샘물을 바가지로 물을 퍼 담은 물지게 집니다. 그것도 미끄러운 눈길을 조심조심 뒤뚱대며 걸어가다 보면 양쪽에 걸린 양동이 물이 출렁거려 균형 잡기가 여간 쉽지 않았습니다. 가다가 돌부리라도 걸리면 휘청하는 순간 이미 양동이는 나뒹굴고 찬물을 뒤집어쓰기도 했고 또 다시 물을 길어 살금살금 기어시피하면 젖은 옷은 금방 얼어붙어 오들오들 떨어야 했습니다. 그런 시절이 한참 지나 마당 한 가운데 펌프 설치하고 시멘트 발라 사각형으로 우물을 만들었지요.

 

막내딸을 38살에 낳으신 어머니는 위로 오빠만 있었고 이미 언니들은 외지로 나가있어서 설거지 한 번 해줄까하는 기대는 산산이 무너뜨리고 막내딸은 야속하게도 엄마 말 듣지 않고 몰래 빠져나가 아버지를 따라나섭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자취를 시작했으니 지금도 연로하신 어머니는 그 때 옛날이야기를 하면서 서운타고 하실 정도입니다. 제 나이 50되고 두 아들 키우다 보니 어머니께 참 많이도 못된 딸이었다는 걸 알고도 남습니다.

 

다음 이야기 계속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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