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5. 06:30ㆍ글 이야기/포토포엠.포토에세이
두물머리 시린 풍경이 전하는 말[포토에세이] 호미숙
시린 계절에 시간을 쫓아 밤과 낮을 지휘하던 해가 뜨고 지고 나면
수많은 사람들이 두물머리 겨울풍경에 머물다 발자국을 새겨놓는다.
해질녘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이유를 갖고 느티나무 아래로 모여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고 움츠리며 겨울 품으로 들어온다.
돛을 내린 빈 배는 부동자세로 얼어붙어 제 자리를 지킨 지 오래고
앙상한 가지만 늘어뜨린 버드나무는 지는 해를 향해 실루엣을 드리우고
시끄러울 정도 수다스런 아줌마들의 깔깔거린 웃음이 흩어진 바닥엔
주인 없는 발자국만 무수히 박혀 흔적을 지우고 어둠이 짙어간다.
한 쌍의 연인들은 겨울강에 사랑의 밀어들을 햇살처럼 뿌려놓고
때론 눈물을 떨구고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가녀린 여인과
시름 깊은 모습으로 긴 한숨과 담배 연기를 뿜어내던 나그네
점점 하루가 몰락할 때, 온기를 잃은 빈 벤치엔 추억만 그려놓는다.
인적도 드물고 마지막 해 그림자가 담장에 기대어 쉬어 갈 즈음,
기왓장에 따사로움도 사라지고 토담에 비추던 해 그늘이 시들어 질 때
아무도 없는 길에 겨울바람 차갑게 불어 열어 놓았던 길을 막는다.
하얀 설경으로 펼쳐 놓았던 백지의 하루엔 맑은 어둠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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