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세 친정아버님의 열공모드[한문에 빠지다] 호미숙

2012. 1. 14. 07:41글 이야기/포토포엠.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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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을 한참 넘긴 친정아버님의 열공모드[한문에 빠지다] 호미숙

 

 

친정아버님은 올해 들어 연세가 84세입니다. 그 시절 초등학교를 늦게 졸업하셨지요. 그 후로 도청에 근무를 했었지만 장남은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할아버지께서 시골로 불러 들이셨습니다. 충남 연기군 깡촌에서 농사일만 하셔야했습니다.

 

60평생을 산골짜기에서 천수답을 농사짓고 겨울철이면 특용작물을 재배하셨지요. 동네 이장 일을 하시면서도 늘 인자하셨던 아버지십니다. 저는 7남매의 막내딸로 태어나 유난히 아버지를 따랐습니다. 아버님을 따라다니며 하시던 일은 모두 해본 경험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유난히 유년의 추억을 생생하게 기억하곤 합니다.

 

아버지는 어려서 못 다한 공부와 하고 싶었던 일을 하지 못하셨지만 농사일을 천직으로 알고 흙의 삶을 살았습니다. 7남매 모두 장성해서 시골 농사일이 힘에 부칠 쯤 안양의 둘째 오빠와 네째 오빠가 운영하는 (안양예술의공원내에 위치한 '솔밭사이로') 식당 가까이 이사 나와 농사를 짓지 않지만 그 후부터는 아버님이 즐기시는 것이 있습니다. 평상시 년 초면 7남매 토정비결을 봐주시거나 신문의 한자를 즐겨 쓰셨었습니다. 그러더니 언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노트에 한자를 쓰시기 시작했습니다. 몇 해 전 팔순을 넘기셨는데 음악노트에 빼곡히 한문을 쓰셨기에 무엇인지 여쭤보았더니. 바로 12,000자나 되는 옥편을 베껴 쓰기를 하시고 있었습니다. 장장 6개월에 걸친 옥편 필사입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후에는 또 어떤 한자를 쓰시는지 여쭤보니 그동안 평생을 조상을 모시는 제사를 지냈지만 개종을 하시어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후부터는 성경에 나오는 한자를 필사하시기 시작했습니다. 한자 단어를 일일이 옮겨 쓰시며 성경의 어느 부분인지도 세세히 기록하셨네요. 성경의 말씀과 알고 있는 한자의 뜻이 이해가 안 될 때는 목사 사모님께서 인터넷을 검색해서 하나하나 설명을 써주셨다고 합니다. 

 

아버님의 한문 쓰기 열공을 보면서 저는 펜으로 쓰기보다는 언제나 컴퓨터 자판에 익숙하게 글을 쓰기에 요즘 제가 쓴 글씨도 제대로 읽지 못할 정도의 난필이 되어 개발새발이 되어버렸습니다. 학창시절 우리 때는 공부할 때 기본 필사를 하면서 외우곤 했었는데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펜글씨를 외면하지 않았나하는 반성하면서도 저는 오늘도 컴퓨터 자판만 열심히 두들기고 있네요.

 

연로하시어 완전한 건강은 아니지만 그래도 늘 이렇게 한자를 즐기셔서 그런지 다른 어르신들에 비해서 기억력도 총명하시고 건강한 편입니다. 올해 87세 되시는 친정어머님은 여전히 옆에서 성화를 내지만 아버님은 허허 너털웃음으로 부처님처럼 인자하게 미소만 짓습니다.

아버지 지금의 모습으로 그대로 더는 아프지 마시고 한자와 함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이번 아버님 생신에 가면 어떤 한자를 쓰고 계실지 사뭇 기대됩니다.

 

 

2009년 2월 옥편 필사 마침  

 


 

12,000자 옥편을 필사 하신 
친정아버님의 한문 공책입니다.

오른 쪽은 부수까지 따로 쓰셨네요.

 

 

처음 봤을 때 줄마다 같은 한문을 채워 쓴 줄알았는데
가만 보니 전부 틀린 글자였습니다

 

 

아버님의 창의력은 누구도 못 말립니다.

다름 아닌 구전노래인 '아리랑'을 한자적 해석으로 쓰고 계십니다.

아버님은 획기적인 발견이라고 생각하고 방송국에까지 제보를 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아버님의 아리랑은 순 우리말인 '아리랑'이란 글자 외에도

모두 한자로 써서 그 뜻을 담았다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말도 안되는 것 이라는 것을 저는 알고 있지만 일부러 한 장 부탁드려 쓰고 계시는 중입니다.

한 술 더 떠서 7남매 모두에게 써서 나눠달라고 부탁까지 했네요.



2011년 5월 새로운 도전(성경 속 한자)

 

아버님의 성경책에 나온 한자 단어를 찾아 또 필사를 시작했습니다.

아버님 한글 솜씨를 보면 옛날 발음대로 썼던 그대로 쓰고 띄어쓰기도 없이 하십니다. 하하

 

 

 

이것은 아버님의 질문 노트입니다.

목사 사모님께서 일일이 성경적 해석을 해주신겁니다.

 

 

 아버님의 무한 열정에 박수를 드립니다. 오래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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