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23. 21:24ㆍ글 이야기/호미숙 자작글
병원에 입원 하셨던 아이들 큰 아빠의 병환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라
어쩔 수 없이 퇴원하셨는데 그만 다음날로 운명을 달리 하셨다는 비보를 받는 순간
저민 슬픔으로 지난 기억들이 영상으로 떠올랐다
아이 아빠의 급작스런 하늘 길
그 일은 끔직한 일이었다.
막 열 살을 채우던 큰 아이
겨우 6살 되던 작은 아이
덩그러니 떨쳐 놓고 혼자 떠나버린 남편을 원망도, 그리워도 해보았지만
끝나버려 과거형이 되어버린 인연.
그리고 13년의 세월이 흐른 뒤,
아이들 백부님의 부고는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휴가를 막 다녀간 큰아이가 다시 특별 휴가를 받아 나오고
작은 아이는 병원 계실 때 맛있는 음식 해가기로 약속했다며
약속을 지킬 수 없어 울먹이더니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큰 아이는 어릴 적 아빠 장례가 떠올라 두렵다며 울고
나는 또 나와 같은 긴 홀로의 길을 가셔야 할 형님의 손을 잡고 울고.
7남매의 둘째였지만 집안의 대들보 역할을 해 오셨던
큰 아버님. 기둥이 스러진 모습에 친척들은 절규와 오열을.
살아오시는 동안 얼마나 많은 나눔과 베품을 하셨는지
장례식장을 찾는 사람들의 애도의 물결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아이 아빠 산소 위쪽에
백부님을 모셔 놓고 뒤돌아 내려오는 길
가족공원묘지에 부모님과 형님 동생,
빈 공간을 언젠가는 지금 숨 쉬는 형제들이 누울 거라 생각하니
삶의 유구함에 말을 잃는다.
작은 아이는 아빠를 기억조차 제대로 못하니
저에게 아빠보다 더 큰 사랑을 해주셨던 큰 아빠의 부재에
눈물만 하염없이 흘린다.
순서 없이 가야 할 길이며
거부 할 수 없는 길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이고자 하지만
슬픔 앞에 눈물 없이 버티기란 힘들다
긴 세월이 흘러 지금을 지난 일로 이야기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죽음을 무덤덤하게 생각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리라
그래도 죽음이 주는 비통함을
가슴 미어짐을 잊을 수 있으랴
문득 떠오르는 그리움이 밀려든다.
부디, 편안히 영면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호미숙자전거여행(오픈캐스트발행)
'글 이야기 > 호미숙 자작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향원= 란원 화예작품 판매 전시회[2012. 2.23 오빠네] (0) | 2012.02.19 |
---|---|
10년 만에 찾은 볼링장[오빠는 2회 연속 퍼펙트 축하 현수막이, 난 터키를 해도] 호미숙 (0) | 2012.02.17 |
자전거 잡지 바퀴-baqui- 인터뷰 실리다 (0) | 2011.05.04 |
[예방법]페이스북 폭탄 메일 지겹다 지겨워 (0) | 2011.04.02 |
병원 신세를 지고 왔네요..(수술을 마치고) (30) | 2010.12.27 |
[호미숙 시집 속의 향기]-가을 같은 당신을 기다리며- (1) | 2010.11.21 |
[다음뷰] 블로거대상 '바람나그네'님을 추천하며 [없앴던 TV를 켜다] (4) | 2010.11.16 |
저도 당한 트위터 스팸(DM) Mobsterworld 주의 하세요(해제 방법) (0) | 2010.09.29 |
마중물과 갤러리와 그리고 JTN뉴스에 시민기자 되다 (1) | 2010.09.11 |
[책]기록과 보존에 실린 글과 사진-자전거예찬과 불휘가 깊어 애달픈 나무여 호미숙 (0) | 2010.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