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숙 포토에세이[세대를 잇는 삶의 향기-허브천문공원에서]

2010. 10. 5. 05:39글 이야기/포토포엠.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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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숙 포토에세이[세대를 잇는 삶의 향기-허브천문공원에서]

 지난 10월1일 강동구에 위치한 일자산의 허브천문 공원에서는 별의 별축제가 열렸습니다.
작은 동산에 꾸며진 허브와 천체망원경으로 별자리를 볼 수 있는 행사와
각종 체험행사와 문화공연이 펼쳐졌습니다.

강동구에 살면서도 강동구에서 개최되는 축제 참여는 별로 하지 못한 상태였다가
마침 강동구에서 운영되는 향토자원 조사관리를 맡게 되면서 강동구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부터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있어야 했는데 멀리 저 멀리
타 지역만 바라보며 여행을 떠나곤 했었습니다.
아마도 아이들이 장성해서 일지도 모릅니다. 이 기회에 강동구사랑을 실천 해보려합니다. 

허브천문공원 이모저모를 사진기로 담던 중에
눈에 띈 손녀와 할머니 모습에 카메라 초점 고정하고 따라갔습니다. 


손녀: "할머니, 제 손 보세요, 너무 예쁘지요?"
할머니: 그래, 아주 예쁘구나! 분홍 토끼가 깡충대는구나.   

다리가 불편하신 할머니가 벤치에 앉아 계시고
5살짜리 손녀는 손등에 예쁜 그림을 그리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손 등에 뭐가 있나 보았더니 이렇게 분홍색의 토끼 그림이 그려졌지요
(어르신들의 페이스페인팅 자원봉사)
앙증맞은 손에 귀여운 토끼, 분홍색 티셔츠와 너무도 잘 어울리네요.

 74세의 할머니와 5살난 손녀 손을 보는 순간 두 손을 순간 비교해보았습니다 

 74년 동안 할머니 손은 이렇게 손톱도 일그러졌고 골 깊은 주름에 핏기도 하나 없이
노화되고 있었습니다. 숱한 세월 동안 저 할머니 손을 거쳐 일궈낸 삶들이 손 등위에
빼곡히 선으로 그어 놓았네요. 빛바랜 봉숭아물마저 흐릿하게 자국만 남겨 놓았습니다.

 이제 막 5살이라던 손녀 고사리 손을 할머니 나무 등걸 같은 손에 얹으니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올해 연세 85세인 친정어머니가 문득 겹치며 스치는 영상으로
울컥 눈물을 맺히고 말았습니다. 

 혼자서는 일어설 수도 없는 불편한 어머니를 아이 엄마인 젊은 딸이 부축하자
지팡이에 조금의 힘을 싣고 허리 굽은 할머니는 간신히 노구를 일으키십니다.
노심초사 젖은 자리 마른자리를 보살피던 할머니는 따님에게 보살핌을 받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5살 손녀가 할머니를 도와 아장아장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손녀가 훗날 할머니보다 키도 훌쩍 자라고 할머니 손만큼 손도 컸을 때
지금의 팔짱을 끼고 곁에 나란히 걷던 할머니는 안 계실지 모릅니다.
그것은 우주의 법칙이고 변하지 않는 진리이며 순리입니다  

 고사리 손에 인도 되어 길을 걷던 할머니 표정은 마냥 즐겁고 행복하십니다.
얼마나 대견스럽고 예쁠까요? 종종걸음으로 산책로를 향하던 손녀와 할머니

 어린 소녀의 눈빛과 할머니의 눈빛에서 서로를 위하고 아끼는 마음이 지극해보입니다
할머니 조심히 걸으세요. 그래 아가야 너도 앞 잘 보고 조심히 걸으렴.
무언의 눈빛 이었습니다

 앞서 가던 아빠 엄마를 쫓아 뛰어가던 꼬마, 아빠가 넘어질까 염려하며 손을 잡습니다.
작은 지팡이에 의지하시던 할머니가 천천히 내딛는 지금이 무척이나 행복한 발걸음입니다

 급히 아이 엄마가 다가오자 할머니는 아이처럼 딸의 팔에 손을 넣어 팔짱을 끼고
걸어갑니다. 서녘으로 지던 노을은 자꾸만 옆으로 누우며 갈색을 채색하던 나뭇잎에
반사되어 가을을 물들이고 있는 늦은 오후입니다

 5살 손녀, 그리고 아이 엄마 그 곁에 노모가 공원의 허브향기보다 더 향기로움으로
삶의 향기를 그윽하게 전해줍니다.
어둠이 내리면 밤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들을 함께 바라 볼 수 있는 가족의 저녁 나들이
정겹고 마냥 평화롭기만 합니다.   

한 세대에서 또 한 세대로 이어지는 내리사랑 그리고 다시 역으로 올라가는
사랑이야 말로 가장 따뜻한 사랑이 아닐는지요?
가족의 사랑은 무한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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