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숙 포토에세이[비가 내린 추석 전야-가을비와 낙엽]

2010. 9. 22. 08:35글 이야기/포토포엠.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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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미숙 포토에세이[비가 내린 추석 전야-가을비와 낙엽]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가을장마, 추석 분위기가 낭패입니다
천호동 동서울 시장과 천호신시장에 들러보니 사람들 마음은 분주한데
많은 비로 손님들 발길도 끊겼다면서 시장 상인들이 울상이었습니다. 

하수구가 역류해서 천호시장도 침수가 될 뻔 했는데 다행히도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고 합니다.
뉴스를 들어보니 이곳저곳 피해 소식과 함께 지하철도 끊기고 교통통제 하는 곳도 상당히 많네요. 

귀성길을 서두르던 사람들이 되돌아 올 정도로 서울 경기 북부 지역에 많은 비를 쏟아 붓고 있습니다.
부디 귀성길 다녀오는 동안 안전운행에 안전을…….
한가위 보름달에 기원할 소원은 맑은 빗방울에게 기도라도 해야 할 듯합니다.

마음만은 넉넉하고 풍요롭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천호공원(해공공원) 농구장 초록 바닥에 그려진 또 하나의 물 그림 풍경 
커다란 벚나무에서 떨어진 이른 낙엽이 물을 적시고 붙어 있다 
이 비가 그치면 쌀쌀해진다는 예보가 있어서 인가 붉은 낙엽이 낯설지 않다. 가을이다.

 원색으로 서로를 강조시키던 초록과 노랑과 붉은 낙엽 
한여름 볕을 온몸으로 불태우더니 스스로 몸을 떨어뜨리어 가을 비 속에 담가졌네! 
오래 된 책갈 피 속의 가을이 되살아나 지금, 발밑에 뒹군다.

붉음은 더욱 붉게 물기를 머금어 진홍빛으로 반사되고 
빗물 끌어안아 붉은 색은 핏빛으로 싱싱하기만 하다 
지난 곤파스 태풍에도 버텨내던 붉은 낙엽이 
굵은 빗줄기에는 버티지를 못하고 가을을 툭 떨어뜨리고

 
색을 다투어 뽐을 내는 저 갈잎에
마지막 여름의 끝자락 가을의 문턱에서 쏟아 붓던 가을비가
계절을 재촉하며 스산함을 전해준다
 

 몸을 뒤집어 속살을 들어 내놓고 빗방울로 수놓고는 
엑스선 같은 잎 무늬에 투명 구슬 꿰어 놓았네! 
귀성길에 나선 사람들 심정이나 알고 아름다움으로 피어났는지

가을이 성큼 이던 자리에 우산 하나 달랑 쓰고
물발자국 대신에 낙엽자국 새겨놓고
가을의 우중 산책을 즐기본다

 길가에 내팽겨진 싸구려 생활 자전거 
주인이 나 몰라라 하는 사이  
구슬 꿰어 놓고 보석 자전거로 변신 중

한가위 명절 귀성길 올림픽 도로에는
빗속에 느릿한 질주감에도
마음만은 고향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늦은 귀성을 서두른다.

 가을 홍수라도 날까 염려해서 광나루 공원에 찾았더니
수위를 높이며 붉은 흙탕물을 토해내며 흐른다.
다행히도 종일 억수로 부어대던 비가 그치기 시작한다.

 나처럼 물 구경하려고 한강에 나왔을까.
비옷 입고 우산 든 나그네 한 명
빗길에 젖는 길을 거닐고 있다

 비가 그친 뒤 금세 어둠이 쏟아져서는
고속도로 위로 달리는 자동차 궤적이
길게 꼬리를 그려놓고 있다

 풍성하고 여유롭고 넉넉한 한가위를 훼방 놓던
가을장마가 그치면서 비안개가 장막을 걷는다
아차산 자락 워커힐의 안개커튼을 거두며 멋들어진 야경을 선사하고 있다

 많은 비에 비상근무를 하던 구조대원의 말에 따르면
저 아름다운 광진교에서도 수많은 영혼들이 수중으로 잠기었다고 한다.
살기 힘든 사람들의 순간의 선택이 삶의 종지부를 찍는 곳
광진교는 모른 체하며 불기둥을 세우고 자랑을 하고 있었다.

광나루 공원 넘어 아차산 쪽에는
현란하리만큼 휘황찬란한 불빛이 밤의 유혹을 일으킨다.
붉은 황톳물에도 불기둥이 물속으로 뻗어 내려간다. 
 

 광나루 자전거도로에는 말끔히 씻긴 채로
텅 비워내고는 불빛으로 새 단장을 한다.

  두 시간 넘게 잠잠하던 가을장마는 다시 세로줄을 세우며
거세게 지면위로 떨어져 물꽃을 피운다.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길에
황금실로 뜨개질하던 가로등 빛 아래 거미 한 마리
황금구슬 꿰어놓고 포획자로 버티고 서서
하루살이처럼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을 기다리고 있다

 둥근 보름달 대신 가로등빛만 한가위 전야임을 알린다


중앙일보 메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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