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14. 23:32ㆍ글 이야기/포토포엠.포토에세이
지치고 힘들 때,
우리는 운동화 끈을 다시 고쳐 맬 때의 각오처럼 새로움을 다진다.
느슨하게 풀려 있던 마음 자세, 언제 풀어져 내 발길에 밟힐지
누구나 내 신발 끈을 밟아 넘어질 뻔 한 일이 없었던 적이 없을 것이다
매듭을 풀었다 다시 묶는 다는 건
바로 희망을 재확인하고 스스로를 점검하는 것과 같다
편리한 끈 없는 신발을 착용하지 왜
유난히 거추장스러운 끈을 묶어 신을까
유년 시절 운동화는커녕 꽃고무신도 못 신고 시커먼 고무신을 신고는
비오는 날 논두렁을 지날 때면
앞서 내디딘 발자국 따라 거닐다가 미끄덩~~ 철푸덕
한창 모내기 하려 써레질로 말끔히 물 주름까지 펴놓은 논에 빠지곤 했었다
어디 그뿐이랴
질퍽이던 길을 거닐다보면 뒤 따르던 발에 신겼던 고무신이
진흙과 하나 되어 나를 거부하고 저 홀로 진흙 속에 파묻혀 숨바꼭질 하자고도 한다.
그때 좋은 아이디어라고 떠올린 것이 짚을 묶어 신는 방법이 최고였다
신발과 내 몸은 일체가 되어야 하는 거였어.
따로 노는 신발은 가속을 낼 수가 없었거든
마치 슬리퍼를 신고 달리기를 한다고 생각해보라
대부분 사람들은 차라리 신발을 벗고 맨발로 뛸 것이다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서 펼쳐지던 경기평화통일 마라톤 대회 현장
참가자들이 허리를 굽히고 운동화 끈을 조이고 있었다.
출발 직전이 되자 또 다시 고쳐 매는 사람들
비가 그친 광장의 물웅덩이로 비치는 청명한 하늘
떠가는 구름을 잡으려 쫓던 유년의 추억처럼,
기록갱신보다는 참여에 의미를 두던 사람들
표정이 맑고 깨끗하다
재촉하는 사람도 없다
느리다고 흉보는 사람도 없다
아이를 업고, 유모차를 밀고
아빠 목에 목마 등을 타고 키를 키운 아이들
종종걸음으로 또는 껑충이며 달려가기도 한다.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일그러진 표정에서도
그들만의 행복이, 그들만의 성취감이
바라보는 나까지 내내 가슴 벅찬 충만함으로 전해진다.
금단의 땅, DMZ 통일대교를 거쳐 군내 3거리를 기점으로 되돌아오는 코스
평화로운 푸른 하늘의 구름은 남북을 오가며 두둥실 떠있건만
새벽까지 쏟아 붓던 소나기마저 그치고 새파랗게 채색된 하늘 아래
임진강물은 애달픔으로 붉게 물들기라도 했는지 유유히 흐르기만 하는데
그리움의 강, 피 끓는 이산가족의 눈물의 강!
3.8선을 넘어 개성을 지나 평양과 신의주까지 달리고픈 염원을 담은 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북녘 땅을 밟지 못하고 또다시 돌아온 수많은 참가자들
해맑은 아이들은 오늘의 이 뜻 깊은 땅의 의미를 알까
마지막 골인 지점에서 두 손을 번쩍 들어 스스로에게 환호하는 저 기쁨
자신을 기록을 갱신을 했는지 시계를 바라보며 마지막까지
홀로 고독한 싸움을 치러낸 승리자의 아름다움에
그 찰나의 감동을 앵글 속에 담는다.
최선을 다한 마라톤을 마치고 또 다시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있다
그들이 지금 다시 고쳐 매고 있는 운동화 끈은 바로
우리의 소원인 평화통일의 염원인 기도와 함께
다음에 자신이 기록을 또 도전하리라고 굳은 마음을 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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