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미터의 과녁에 정말 관중이 된다고?(석호정 궁도대회)호미숙

2010. 10. 4. 07:12문화생활 이야기/국궁(전통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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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5미터의 과녁에 정말 관중이 된다고?(석호정 궁도대회)호미숙

 

2010년 10월 3일 하늘이 열린 날인 개천절, 언제부터인가 개천절은 의미만 새기고
특별한 행사가 치러지는 지 잘 모를 정도로 축소 된 듯 느낌이다
 그리고 오늘은 석호정에서 서울시장기 겸 서울궁도협회장기를 개최한다하여 강동구에서 실시하는
자전거 투어를 참석하기로 예약해 놓고도 참가하지 못했다. 

활을 시작하면서 자전거를 탔건만 요즘 활터보다 자전거 관련 일들에 더 열중하곤 했는데
자전거를 좋아한 뒤로는 활사랑을 외면한 듯한 나를 뒤돌아본다
 한동안 자전거를 타고 활쏘러 다녔는데 요즘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자전거는 이동수단으로
바뀌어 버린 상태다. 사람은 간사하다고 던가. 환경에 따라 스스로 그 환경의 옷을 잘도 입는다. 

모처럼 활터에 오르니 지난 태풍에 쓰러진 거목들과 가건물로 세워졌던 서울시 측의 일방적으로
세운 미니활터가 바람에 벽이 뜯겨 나갔다
아직도 석호정은 제자리 찾기에 서울시와 지루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는 상태 그로 인해 활터에서
즐겁게 어린이 궁도 교실을 운영했던 내가 일자리를 잃고 떠돌이 자전거 여행가가 된 동기이다 

어떻든 간에 석호정이 아직은 건재하고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남산 르네상스를 꿈꾸며
끝나지 않은 법정공방에 무조건적 석호정을 지지하는 바이다 

오늘은 서울시에서 석호정을 등한시하고 오래 전 우리 회원들이 갹출해서 건물지어 기부체납했다는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쫓기기 일보직전의 풍전등화 신세.
그런데 서울시장기 대회라.. 만감이 교차한다

오세훈 서울시장님 제발 부탁 컨데 남산 활터 제자리에 가만 놔두시고 지나가는 남산 등산객들과
외국인들에게 개방하여 우리나라 전통문화인 국궁을 널리 홍보하고 발전시키도록 놔두시길 바랍니다
전국의 활터가 무려 400군데 가까이 설립되어 각 지자체의 적극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구 천만이 넘는 서울시에는 겨우 8개의 활터가 존재할 뿐이다.

그것도 서울시 정릉에 위치한 백운정도 정릉 안에 있다는 이유로 이미
 활터가 사라진 상태이고 이름만 백운정을 소속으로 하고 회원들이 뿔뿔이 흩어져 서울시내 활터를 전전하며 활을 내고
있다. 명색이 전통문화 계승발전. 역사를 알고 현대를 세우자는 거창한 슬로건은 내팽개치고 나 몰라라 하며 민간 활터
최초 역사인 380년 된 석호정을 없애려 하는 무모한 발상으로 인해 석호정을 비롯한 서울궁도인들은 노심초사 석호정
제자리 찾기에만 힘을 쏟고 있으나, 아직도 그것을 외면한 서울시는 여전히 시민의 세금을 낭비시키는 체험궁도장
가건물은 한번도 운영도 못해보고 지난 곤파스 태풍에 한 쪽 벽이 유실되고 무너져 내렸다.
(가건물에서 체험한다면 날아간 화살은 국립극장 편 주차장으로 떨어지는 위험한 상황으로 절대로 이용할 수 없는 상태다)

석호정의 아픔은 곧 우리나라 전통문화에 대한 스스로 역사를 무시하고 말살하는 작태임을 모르는지 

그런 상황에서도 서울시 궁도인들은 석호정 활터에 올라 친선경기에 임했다. 서울시의 각 활터에서는 매년 친선경기를
펼치고 있다. 오늘은 석호정이나 중구청 주최가 아니라 리만 제공하는 대회를 치르는 것이었다. 
흩뿌리던 비가 그치는 듯 하더니 경기 시작할 무렵 또 한줄금 빗줄기를 쏟아내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가을햇살은 대지위를 더듬어 젖은 물기를 거두고 있었다 

마침 남산을 산책하던 내외국인들이 석호정에서 치르는 대회에 많은 관심을 갖고 바라보았다.
선수들이 활을 내는 동안 조용히 지켜보던 사람들이 작은 소리로 서로에게 묻는다
햐~ 과녁까지 거리가 가까운지 알았더니 정말 멀다. 그런데 저 과녁을 정말 맞힐 수 있을까?
딱! 소리와 함께 붉은 깃발이 돌려지고 시관의 관중이란 소리가 외쳐지면서 구경꾼들은 박수와 함께 탄성을 지른다. 

오늘도 활은 내지 못하고 카메라 들고 사우들의 활내는 모습을 담으며
화살 날아가는 순간을 담아 보겠다고 연신 셔터만 눌러댔다
그 결과 놀라운 장면 포착, 연속촬영이 아닌 일반 한 번의 셔터에서 작품하나를 건져냈다. 

궁굼하시죠? 그럼 사진으로 구경해볼까요? 

 아침 일찍 비는 그쳤지만 빗물과 또한 날씨 염려로 자전거를 타지 못하고 택시로 남산 석호정까지 이동
이미 다른 활터 소속 회원들이 습사를 내고 있었다

 친선경기지만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활터마다 특별한 지형이 있어 이렇게 습사를 해야
실제로 시합 때 좀더 마음 편히 낼 수 있다. 몸도 풀겸 지형도 익힐 겸..

 지난 곤파스에 뜯긴 외벽(서울시가 일방적으로 1억5천을 들여 남산을 훼손하여 만든 미니활터)
만 2년이 되도록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흉물로 남아있다. 이 과녁을 향해 일반인들이 무조건 놀이삼아 쏜다면 어떻게 될까.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바로 저 건너편 국립극장 주차장과 화장실 위로 화살이 날아가 버리고 만다. 지어 줄려면 돔
형식으로 화살이 밖으로 나가지 않게 만들어 줄 것이지.. 세금낭비만 했다

 비가 그치자 산안개를 뿌옇게 드리웠다가 걷히면서 서서히 위용을 들어내고 있는 남산타워

 아직 영롱한 빗방울이 채 가시지도 않았다

 화살 마다 이렇게 이름이나 표가 있다 많은 화살 중에 자신 것을 표기한 것이다

 말이 시장기였지 서울시장은 나타나지도 않았다.. 나타날 수도 없는 상황이니 ..

 그래도 서울시 궁도협회 소속인 회원들은 친목을 도모하며 습사에 열중한다

 남산을 산책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활구경에 빠졌다. 외국인들이 더욱 관심이 많다
이미 석호정에도 외국인을 위한 안내문까지 내 걸어놓고 또한 외국인들에게는 특별지도를 해주고 있다

 히야~ 정말 맞힐까? 맞히면 꽂히는 걸까? 몇미터나 되나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과 어른들,
당연히 맞히라고 과녁은 있으며 화살이 너무 깊이 박히면 뽑기도 힘들고 화살이 망가지는 경우가 있어서
고무판으로 덧대어 놓아서 맞으면 튄답니다. 그리고 거리는 어른 걸음거리로 200보로 145미터

 일반인들은 아직 활이 상당히 귀족운동이고 특별한 사람만 하는 줄 안다. 국궁은 이미 생활체육의 한 부분이고
누구나 가능한 생활스포츠랍니다. 대신 수련기간이 좀 길어서 그것을 인내하기가 힘들뿐이랍니다.
하지만 성인이라면 누구나 배울 수 있답니다

 각 활터의 위치가 각기 다르기에 지형을 잘 보고 바람부는 방향 풍세도 잘 읽어야 한답니다

 몇 순의 습사를 마치고 이미 경기가 시작한지 얼마 지나서 정식 개회식이 열렸다
서울시궁도협회장의 손철현 회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서울시 활터의 개인전 및 활터 대항전이 펼쳐졌다

 

 박정희 대통령의 뺨도 감히 때렸다는 활, 석호정 활터내에 걸린 사진
자세가 충실하지 못하면 언제든 내 스스로에게 꾸지람을 받는다. 누구탓을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활이다.
어떤 환경이든 간에 과녁은 묵묵히 서 있을뿐이고 활을 쏘는 것은 나일 뿐이다

 과녁이 있으니 활에 살을 메기고 거궁

 연세도 많은 분들도 잘 맞히네. 보기만해도 저 활이 당겨지지 않겠는데 어떻게 관중을 시키지?
여러분들이 활터에서 당겨보았다는 활은 내 몸에 맞지 않는 활로써 궁체를 알고 후에 궁력을 기른 다음에
내 몸에 맞는 활을 주문하는거랍니다. 참고로 활의 탄성과 화살의 무게와 길이로 그사람의 힘을 가늠할 수 있답니다

 개회식을 마치자마자 굵은 빗줄기가 지나가는 소나기로 퍼붓다가는 그칩니다

 흥건히 고여있던 바닥의 물 웅덩이에도 일찍 물든 갈잎이 두둥실 떠있고 빗물 머금어 품고 있습니다

 제가 어릴적 6살 때 뵈었던 분들이랍니다. 우연히 제가 실린 조선일보에 썼듯이 대전서 국궁장을 보고
훗날 활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그자리에서 활을 쏘고 계셨다던 분들
현재 왼쪽의 고문님은 88세이고 오른쪽 고문님은 87세랍니다 대단하시지요? 40년을 넘게 활을 내고 계십겁니다.
바로 건강의 비결이지요.


한 여무사가 시위를 당겨 거궁하고 발시하는 순간 

저는 카메라 셔터를 날리고 있었답니다.
드디어 첫 찰나를 잡았네요. 날아가던 화살의 힘의 반작용으로 활도 흔들리고 잡아 당긴 손도 흔들립니다
길게 뻗어 헤엄치며 날아가는 화살
(화살은 세개 깃이 있어 마치 물고기가 지느러미로 헤험을 치듯 허공에서 헤엄쳐 날아갑니다 )

오늘 드디어 재미 붙일 소일거리가 생겼네요
행사 사진을 담으면서 이런 화살 날아가는 모습 담으며 즐거웠습니다 

비가 그치고 가을햇살에 남산 타워를 품은 채로 과녁을 향해 뚫어져라 응시하는 궁사 

또 담았습니다. 찰나의 순간입니다
셔터 속도에 화살이 날아가는 방향으로 길게 꼬리를 남기듯 자국을 보이네요 

무념무상. 정심정기 활과 내가 일체가 되어야 합니다.
어느순간 저 멀리 보이던 과녁이 앞으로 다가오고
작은 홍심이 커다랗게 보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무아지경에 빠지게 됩니다
바로 그때 화살은 과녁 속으로 빨려 들어간답니다
제가 20년 넘게 활을 하면서 이런 무아지경은 두 세번 정도 밖에 못 느꼈네요
오랜시간 무아지경에 이르기란 참 힘든 것입니다

 사진 찍고 나서 확인하다가 놀란 작품, 그냥 활내는 모습 전체 풍경 담으려다 우연히 찍힌 화살..
사진을 하다보니 이런 행운도 있네요
보이시나요? 날아가는 화살의 주인은 왼쪽에서 3번째분입니다.

더욱 흥미롭고 재미가 있어서 화살의 찰나를 잡으려 연신 모델을 바꾸어가며
찍어봅니다. 남산의 철탑에 날아가는 화살보이나요?

여우비가 내리던 날, 비가 그치는 듯 하다가 이렇게 눈부신 태양빛에 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요행을 바래선 절대로 안되는 게 바로 활이랍니다
꾸준한 연습과 노력만이 있을 때 비로소 과녁와 활과 내가 하나되는 승리자로써의 기쁨을 누립니다 

상당히 컸던 아카시아나무가 뿌리채 뽑히자 베어내버렸더라구요
이렇게 신라호텔이 보이는 뒤로 서울풍경이 깔끔합니다 

남산 산책로에도 점점 사람들의 발길이 많아지고 있네요

개인전을 마치고 4강을 선출해서 두 팀으로 나뉘어 준결승전을 펼칩니다
석호정 승.. 하지만 결과는 석호정이 3위로 떨어졌네요 
순서를 정할 때는 뒤돌아 서서 가위, 바위, 보(가장 공정해요 ㅎㅎ)

오늘의 사진 작품 중 가장 멋진 순간포착
저는 급히 석호정 소식을 보도자료로 보내야 해서 집으로 돌아오기 직전
석호정 김태우 고문님의 사진을 담았는데 처음엔 잘 못찍힌 줄 알았었네요

다시 확대해보니 캬~~ 이런 대작이 나왔네요
연속촬영도 아닌 것이 어쩌면 이렇게 멋진 사진을 담아냈는지
그 짧은 시간에 활과 화살이 펼치는 신비로움을 다 담아 냈네요
자세히 보세요..
뒤에 긴 선은 화살을 주어 옮기는 운시대 선이고
손으로 잡고 있는 활과 현이 파르르 떨리고
그다지 길지 않는 화살이 무려 10여미터 날아가도록 긴 꼬리의 흔적을 담았습니다
또 봐도 멋진 사진입니다 

노랑머리 외국인 부자가 활 쏘는 모습에 삼매경에 빠졌네요
저는 개인전 결과는 보고 왔지만 단체전 4강전 펼치는 중에 급히
집으로 귀가했다가 뒤에 결과를 통보 받았네요 

오늘 단체전 우승은 황학정이고
개인전 우승은 석호정 소속인 오원섭 명궁님이셨습니다
오늘 변덕스런 날씨에도 많은 분들이 참가해서 행사를 빛내 주시어 감사드립니다
석호정만 제자리 찾는다면 더이상 바랄게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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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이에게 힘이 되며 전 궁도인들에게 기쁨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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