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숙]아줌마 홀로자전거여행-석촌호수, 기분 전환의 최고는 자전거

2012. 3. 18. 11:01자전거 이야기/자전거랑(~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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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된 기분으로 셀카

 

[호미숙]아줌마 홀로자전거여행-석촌호수에서 50살 소녀, 봄바람에 싱숭생숭하여라]

 

며칠만인가 봄바람을 폐부 속 깊이 들여 마십니다. 지난 일주일간 자전거 여행기와 밀린 기사 쓴다고 거의 방콕해서 보내야만 했었지요. 며칠간 꽃샘추위로 다행이다 싶었지만, 남해바다 멋진 사진을 정리하면서 고생했던 기억보다는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나눈 따뜻한 이야기가 떠올라 흐뭇한 미소를 짓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둘째의 병원 검사를 위해서 일찍 서둘러 갔다가, 친절한 의사와 그러지 못한 의사로 인해서 기분이 좀 언짢았습니다. 신경외과와 정형외과 들르며 정반대의 의사에게 불쾌하다 못해 환자를 무시하는 태도에 정말 화가 치밀었습니다. 정말 아파서 온 아이를 군대 가지 않기 위해서 꾀병 부리는 사람으로 치부하고 증상도 물어보지 않고 ‘군대 안 가려고 왔어? 그냥 가!’ 라니 말이나 되는지, 22살의 둘째는 이미 공익을 판정 난 상태였기에 검사를 받기 위해 어마어마한 큰 병원에 들렀다가 있던 일입니다.  신경외과는 그대로 그병원에서 치료 받기로 하고 정형외과는 결국 다른 종합병원에 예약해 놓았습니다.

 

아들을 토닥이고 헤어져 카메라 청소를 맡기러 삼성동 코엑스로 갔었지요. 소니 스토어는 늘 가면 아주 친절하게 해줍니다. 그렇게 오전에 병원서의 마음이 불편했는데 봄바람을 쐬니 왠지 싱숭생숭해졌습니다. 꽃을 찍고 싶다는 생각에 문득 어디 가까운 식물원을 갈까하고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데 과천(서울대공원) 방향도 없었고, 어린이 대공원 쪽으로 가는 차가 없어서, 그냥 집으로 오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아들에게 힘내라고 문자를 보내고 버스에서 무작정 내렸는데 잠실의 석촌호수였습니다.

 

-기분 전환에는 역시 자전거가 최고-

석촌호수 봄이 오는 풍경이라도 담아야지 하면서 걸어가는데 송파구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무상으로 대여해주고 무상 수리를 하는 센터에 들렀지요. 자전거 빌리고 헬멧 빌리고 자전거를 타는데 대여제품이라 그런지 너무 무겁고 페달도 틀어져 삐닥였지만 역시 자전거는 자전거였습니다.

 

그래도 한 시간 훨씬 넘게 석촌 호수를 8자로 돌며 풍경을 담고 롯데월드의 놀이기구에 탄 학생들의 비명 소리를 들으며 기분 전환을 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산책을 하고 있었고 봄을 맞이하는 호수의 푸른빛도 더욱 짙어 보였습니다. 비가 온다는 예보로 날씨는 약간 흐렸지만 다행히도 다 둘러보는 동안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석촌호수의 봄-

아기 잎인 새순을 내밀고 있던 마른가지에 연초록 이파리, 호숫가 구름다리 주변에 노란 꽃망울을 살포시 터뜨린 개나리, 광양시로부터 기증 받아 매화단지를 꾸며 놓은 곳에는 아주 작은 꽃봉오리가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미련이 남았는지 지난 가을의 흔적을 남기고 낙엽이불을 뒤집어 쓴 모양. 붉은 솔잎이 떨어진 위로 몇 개 구르던 솔방울들, 장미정원에 지푸라기 이불은 언제 거둘지 모르지만 아직은 꽁꽁 숨어 있고, 공사장 외벽에 꾸며 놓은 빈 화분에서는 봄이 새록새록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산책하며 책을 읽는 사람, 벤치에 앉아 사색을 즐기던 나그네, 근처 사무실 사람들이 운동 겸 산책 삼아 커피 마시며 걷고, 유모차를 끌고 온 아이 엄마, 환자를 부축이며 걷는 사람 등, 저 멀리서는 자이로스윙과 여러 놀이기구에서 꺄악!!! 들리는 비명소리는 봄을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잠시 현실을 잊고 50살 소녀가 되어 봄나들이를 마치고 자전거 되돌려주고 집으로 귀가 했네요.

 

-삶은 물 흐름입니다. -

현실 속의 문제만 움켜쥐고 있으면 우리는 늘 고통의 연속일 겁니다. 아이의 건강과 병원의 사건으로 심사가 불편했지만 그렇다고 그 기분 하루 종일 갖고 가면 그 하루 누가 보상하나요? 결국 시간이 해결 하리라 생각하고 더 좋은 곳 찾아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민은 최대한 짧게 행복은 길게.... 제 나이가 되니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관건 같습니다. 석촌호수도 마찬가지로 겨울이면 얼고 바람이 불면 물결 일렁이고 비가 오면 고스란히 담아내며 주변의 모습을 반영하면서도 내 것이 아닌 것처럼 호수의 본질로 충실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일찍이 아이들 아빠가 하늘로 먼저 가셨기에 수많은 상처 보듬고 지나온 세월입니다. 내 삶에 주인공은 나이기에 나에게 고통과 슬픔보다는 기쁨과 웃음을 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나를 비우는 방법으로 한 가지 터득 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현실을 직시하고 이것이 내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지금을 즐기면서 내일의 꿈에는 도전해야겠지요. 두 아들을 사랑하면서 나 자신을 사랑하면서 물처럼 흘러가는 것입니다.

 

석촌호수 가는 길에 공사장 외벽에 장식한 화분들에 봄이 솟아 오르고 있었습니다,

발걸음을 내 딛는 사람들의 봄의 행진

 

앙증맞은 새집 하나가 화분사이에 놓여서 이름 모를 새의 보름자리로 자리했습니다.

 

자전거 보관소를 지나는 길에 이렇게 자전거 튜브만 빠져나간 자전거도 보게 되었네요.

 

송파구의 잠실무료 자전거 대여소와 수리센터

 

 

그냥 빈몸으로 와서 자전거 빌려 타고 석촌호수와 근처 가까운 올림픽 공원을 둘러보면 좋겠습니다.

저녁 6시 반까지 반납하면 된답니다.

 

흐린 하늘과 잔잔한 석촌 호수

 

새순을 내밀고 있던 마른가지에도 봄이 왔습니다.

 

그동안 여러번 왔어도 이 [송호정]정자에 대하여 무심했는데 오늘은 사진에 담아 봅니다.

그 주변에는 잠실나루에 대한 유래도 써있었네요.

 

 

송호정 나무 문양 사이로 연산홍이 봄맞이가 한창입니다.

 

석촌호수는 자전거가 달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옆에다가 세워두고

 

가끔 시선을 멈추고 시를 음미하고

김소월의 풀따기

우리 집 뒷산에는 풀이 푸르고

숲 사이의 시냇물, 모래바닥은

파아란 풀 그림자, 떠서 흘러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날마다 피어나는 우리 님 생각.

날마다 뒷산에 홀로 앉아서

날마다 둪을 따서 물에 던져요

 

흘러가는 시내의 물에 흘러서

내어던진 풀잎은 옅게 떠갈 제

물살이 해적해적 품을 헤쳐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가엾은 이내 속을 둘 곳 없어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지고

흘러가는 잎이나 맘해 보아요

 

노랑 은행잎은 빛을 바랜 채 긴 가을 여운을 남깁니다.

 

지푸라기 이불을 덮고 있던 장미정원 5월이면 갖가지 색의 장미의 향연을 볼 수 있고, 장미향에 취하고

 

갈색과 초록의 호수 계절은 또 다른 계절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아가랑 엄마랑

 

붉은 솔밭에 떨어진 솔방울들

 

석촌호수 한 쪽을 휘 돌아나오고 다시 길을 건너 갑니다.

 

삼전도비

청태종공덕비(淸太宗功德碑)

본래 청태조가 청나라와 조선은 형제로 보고, 서로가 예우(禮遇)로써 대하고자 하였으나 조선의 조정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청태종이 대로하여 쳐들어와 한강 상류 삼전도에 주필(駐蹕 : 임금이 잠시 머무름)하고 항복 받은 사실을 영원히 기념하여야 한다는 강박(强迫)에 못 이겨 세우게 되었다.

 

호숫가 레스토랑에서 빌린 자전거랑

 

동화 속의 성 같은 곳에서 손쌀처럼 빠르게 질주하는 기구에서 비명을 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학생들

 

자이로 스윙  놀이기구

시계꽃처럼 생겨서 마지막 최고지점에 멈춰 서면 들려오는 즐거운 비명소리들

 

동화 속 어느  곳 같은 호수

대여한 자전거의 행복의 메신저를 전해주던 묵직한 자전거

 

 

평소 미니벨로 타다가 큰 바퀴 탄 기념으로 이리저리 찰칵

 

색감을 바꿔서 풍경을 담고

 

봄을 기다리는 중년의 나그네를 만나고

 

독서를 하면서 산책하던 사람도 보고

 

한적한 벤치에 단잠을 주무시고 있던 자유인도 뵙고

 

다시 자전거 되돌려드리며 수리센터에 들러 취재를 하려고 했더니

너무 많이 찾아와 ㅎㅎㅎ 거부하신다.

 

송파구 쪽 주민들은 편한 시간에 가서 이용하면 되겠어요.

 

집으로 오는 길, 신호등을 기다리는 자전거 탄 여인.

애견과 함께 봄나들이라도 다녀 오는 걸까.

 

집 앞에서 본 꽃 트럭, 화사한 봄이 즐비하게 놓여서

저도 몇 개의 화분을 사 왔네요.

지금 방에서 봄의 꽃향기가 진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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