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천호동/이발소]36년 외길인생, 동네 터줏대감-삼거리 이발관

2010. 11. 26. 06:23여행 이야기/강동구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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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읍내 거리에 있을 것 같은 삼거리 이발관, 한 동네에서 36년간 지켜온 터줏대감

[강동구/천호동/이발소]36년 동네 터줏대감-삼거리 이발관

이발소 특유의 입간판이 빙빙 돌아가는 삼거리를 지나며 문득 떠올리는 옛 추억
우리 고향 동네는 미장원도 없었고 이발소는 30분 정도 걸어가야만 한 군데 있었다.
그러기에 우리 동네 아이들은 집안에서 대부분 머리를 잘랐다. 
나도 물론 초등학교시절에는 커트머리를 하려다가 바가지머리를 하고 다녔고
단발머리 중학시절에 머리를 잘라주는 사람은 이발사도 아니고 미용사도 아닌 아버지셨다.
오늘 하얀 가운을 입고 오래된 모습의 이발소를 보자 내 학창시절과 유년의 추억이
고스란히 영상으로 떠올랐다.

강동구 향토자원조사로 고상규 피아노 조율사님과 만나 인터뷰를 마치고 천호 1동 쪽을
빙 둘러보려는데 삼거리에서 마주친 이발소야 말고 물어 볼 것 없이 바로 취재 대상으로
생각하고 자전거 바쳐놓고 이발소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니 주인 아주머니 무슨 일인지
카메라 들고 나타난 사람보고 눈을 휘둥그레 뜨신다.
인사를 드리고 여차저차 설명을 드리고 취재를 부탁드리니 마침 주인 아저씨가 물론 괜찮다며 
들어와 편히 이야기 하라하셨다.

막 이발을 마치고 면도를 하던 손님이 의자에 누워있었고 아주머니가 재빠른 솜씨로 금방 
깔끔하게 면도를 마치는 솜씨에 감탄을 했다. 

터줏대감 36년, 알고 보니 사단법인 한국이용협회 강동구지회 지부장이셨다.
부부가 함께 천직이라 생각하며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요즘 젊은 손님들은 주로 미용실을 이용하기에 손님이 줄어 든 편이고
대부분 중년 이상의 어르신들이 주 고객 대상이라고 말씀했다.

이발만 전문으로 하기에 누구보다 자부심이 남달랐다.
몇몇 퇴폐이발소로 인해서 선량한 이발소를 운영하는 가게에 까지
나쁜 인상으로 일반인들이 이발소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다고 한다.
퇴폐이발소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발소임을 알아달라고 강조 하셨다.

어릴 적 형제가 많아 가난을 이겨내는 법은 기술을 배우는 것이라 생각하고
고등기술전문학교에서 이용을 배워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아주머니와 결혼 후에도
부부가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사모님이 미인이시고 친절하신데 손님이 더 많겠어요?
여쭈니 워낙 조용하고 차분하게 정성들여 잘하니까 손님들이 좋아한다고 말씀해주셨다.

단골 고객과의 에피소드를 여쭈니 25년 전쯤 한 청년이 있었는데 알콜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힘들게 살 때
좀 더 형제처럼 마음을 잡아주지 못한게 마음에 남았다고 하며 그 젊은이는 결국 큰 병을 얻어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을 때 좀 더 친하게 형처럼 마음을 나누지 못한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마침 면도를 하던 손님도 30년 째 단골이라면서 이 동네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하면서 거들어 주셨다.
이발소로 돈을 벌기 보다는 고객의 멋을 창조한다는 예술인의 마음으로 해야 하는 것이며
처음 함께 이발소를 차렸던 사람들도 돈을 쫓은 사람들은 결국 오래지 않아 문을 닫고 업종을 바꿔
다른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예술인의 혼을 자부하시던 이귀성 지부장님께서는 장인정신을 그대로 갖춘 장인 중 장인이셨다.

천호1동 삼거리 이발관

사단법인 한국이용협회 강동구지회/지부장

이귀성
전화:476-3279 (자):479-2098



몇 평 안되는 작은 가게 이발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저씨는 하얀 가운을 입고
사모님은 막 샴푸를 마친 손님의 면도를 마치고아저씨께서 다시 머리를 다듬고 있었다





현란한 솜씨로 손님의 머리를 다듬고 있던 아저씨


어린시절 세맨대 그대로 모습이다.
순간 온수기도 보이고 파란 플라스틱 양동이도 보인다.여느 시골 이발관 같은 모습



이발관을 하게된 지난 36년 간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이야기 해주시는 아저씨.
외길 인생을 걸어온 사람만의 특유의 고집과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
 


오랜세월 동안 아저씨 손을 거쳐 간 사람 중에는 이미 돌아가신 분도 있고
아버지 손에 이끌려 왔던 꼬마도 이미 중년이 되었을 보이지 않는 역사가 고스란히 베어있는 가위들
 

몇몇 불법 퇴폐이발소 때문에 동네 이발관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하던 아저씨
동네 이발관과 그런 퇴폐이발소와는 절대로 다르니 구분을 달리 해달라고 하신다.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용사 면서증 여러 수료증


취재 후, 발길을 돌리며 왠지 가슴 뭉클함을 느끼며 자전거를 끌고 나온다.
앞으로도 천호1동 삼거리를 지켜주실 아저씨, 건강하게 오래오래 부부 이발사로 행복하시길 바래본다.
깔끔한 면도만큼은  미장원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분야라고 강조하셨던 아저씨

대부분 젊은 헤어디자이너를 찾는 요즘 세태, 찾는 손님이 줄어들어 사라져가는 우리의 옛 모습에
진한 향수를 느끼고 두분의 장신정신과 예술혼에 존경심을 갖는다.

 
예술혼을 갖고 36년을 터줏대감으로 지켜온 동네 이발사, 추천 꾹 !!

원본보기-http://homihomi.tistory.com/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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