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숙 포토포엠[행복한 우산]

2013. 5. 30. 07:07글 이야기/포토포엠.포토에세이

반응형

 

 

행복한 우산

homihomi-호미숙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온몸으로 비에 맞서기 위함이었지

주인님께 빗방울을 적시면 바로 폐기처분이야

바람에 휘청거려도 속 것이 보이도록 뒤집혀도

온 뼈마디를 펴야만 했고 얇은 날개를 펼쳤지

관절도 꺾이고 날개를 찢기며 비를 대신 맞았어

 

내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날은

년 중 며칠밖에 되지 않아

대개가 여름 장마철이나

눈이라도 펑펑 쏟아지는 날

차디차고 시린 마디를 펼쳐야 하지

 

내 생의 대부분은 먼지와

거미줄에 칭칭 감겨 숨통이 막히는 삶이야

그나마 비 그치고서 잘 챙기길 하나

녹이 슬어 쇠약해져 부러지기 일쑤야

재생 불능의 천덕꾸러기가 되는 거지

 

새 주인은 3살 꼬마

키도 나하고 비슷한 유일한 벗이지

내 날개를 활짝 펼쳐 햇살을 가려놓고

품 안에서 놀고, 쌔근쌔근 잠도 들지

내 손을 꼭 쥐고 놓지 않거든

 

밖에 천둥이 치고 소나기가 퍼부어도

아이와 나만의 공간에는 소리 없는 미소가 넘쳐

두 눈을 꼭 감고 미소 띠며 잠든 아이

꿈길에 무지개다리를 업어 건너 주지

나처럼 행복한 우산이 있을까?

 

-호미숙, 시집 속의 향기-

 

 

 

호미숙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homihomi

호미숙 트위터 ☞ http://twitter.com/homihomicafe

호미숙 다음블로그☞ http://blog.daum.net/homihomicafe

호미숙 조인스블로그 http://blog.joinsmsn.com/homihomi

전국자전거여행지도 및 인증 http://biketourmap.com/ 

내용의 글과 사진 도용 및 수정불가(허락 요망) 

 

글이 유익했다면 위의 손가락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