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숙 포토포엠[행복한 우산]
행복한 우산 homihomi-호미숙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온몸으로 비에 맞서기 위함이었지 주인님께 빗방울을 적시면 바로 폐기처분이야 바람에 휘청거려도 속 것이 보이도록 뒤집혀도 온 뼈마디를 펴야만 했고 얇은 날개를 펼쳤지 관절도 꺾이고 날개를 찢기며 비를 대신 맞았어 내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날은 년 중 며칠밖에 되지 않아 대개가 여름 장마철이나 눈이라도 펑펑 쏟아지는 날 차디차고 시린 마디를 펼쳐야 하지 내 생의 대부분은 먼지와 거미줄에 칭칭 감겨 숨통이 막히는 삶이야 그나마 비 그치고서 잘 챙기길 하나 녹이 슬어 쇠약해져 부러지기 일쑤야 재생 불능의 천덕꾸러기가 되는 거지 새 주인은 3살 꼬마 키도 나하고 비슷한 유일한 벗이지 내 날개를 활짝 펼쳐 햇살을 가려놓고 품 안에서 놀고, 쌔근쌔근 ..
2013.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