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4. 06:38ㆍ글 이야기/호미숙 자작글
친정 부모님(87세 어머니, 84세 아버님)
친정부모님 건강하세요(아버님 84세 생신을 맞아) 막내딸 다녀왔습니다. 호미숙
친정어머니가 초기 치매였는데 두달 사이 많이 좋아지셨어요. 그래도 여전히 말을 완벽하게 못하셔도 단어가 서툴러도 기억은 총명하시데요. 전에는 막내딸도 제대로 못 알아보셨는데 요즘은 혼자도 노인대학이랑 교회도 잘 다니신다고 하네요.
얼마나 기억이 생생하신지 제 유년 시절 이야기도 해주시는데 제가 그렇게 순둥이 였다고 하네요. ㅋㅋ 두 분이 들에 나가 일하느라 절 보살필 수 없었는데 알아서 길바닥에서 자곤 했데요.. 아휴 그래서 전국을 누비고 동가숙서가식 하나봐요 ㅎㅎ 그리고 엄마는 옷장에서 옷을 꺼내 큰 언니에게 모두 주면서 하시는 말씀에 참 가슴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87세 어머니의 부자 기준은?(나이=젊음)
큰 언니는 67세고 둘째 언니는 64세인데 옷을 바리바리 싸서 큰 언니에게 싸주시면서 나이가 가장 많아 준다고 하시길래 "엄마 막내는?" 했더니, 막내는 최고 부자라 안 된데요. 그래서 "뭐가 부자인데 엄마?" 했더니" "니가 최고 젊잖아" 하시데요.. 가만 보니 그 말씀이 맞아요..언니들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저는 참 부자였어요.
84세 아버지는 열공 중
옥편과 성경을 필사하시던 아버지는 "맹자" 삼매경에 빠졌답니다. 한자 뜻을 알고 있는데 어떻게 풀어내는지 열공 중이셨어요.
막내 딸 노릇
새해들면 어머니 연세가 88세(미수米壽)신데.. 늘 며느리들이 고생하니까 이번에는 막내딸이 모든 준비하겠다고 했어요. 앞으로 부모님이 언제까지 이런 모습을 하실지 몰라 일부러 사진도 담고 혼자 남아 저녁외식도 함께 해드리고 엄마를 꼭 안아드리며 아가가 된 엄마가 많이 웃어야 자식들이 행복해진다고 하니 그저 웃으시네요. 하룻밤 묵고 오려고 했는데 오늘 눈이 온다고 빨리 가라는 성화에 자동차에 싣고 편하게 서울로 귀가했습니다.
사실 막내딸만 일찍 혼자되어서 엄마가 많이 우셨는데 이젠 웃는 막내딸이 씩씩하게 잘 살아 줘서 고맙다며 울지 않으십니다. 전 가장 힘들 때 우리 친척, 형제, 부모님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고 혼자 해결했거든요. 고통을 나누면 오히려 전이 되는 것 같았어요.
아버지 84세 생신을 축하드리며 부모님 두 분 연로하시어 노환이 있지만 더 이상 나빠지지 않고 이대로 오래오래 사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엄마. 아버지 사랑합니다.
저녁을 막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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