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숙 포토에세이[어머니는 88년 세월을 지우고 있습니다(머릿속 지우개-치매]

2012. 7. 25. 07:11글 이야기/포토포엠.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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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잇는 손(할머니와 손녀)


호미숙 포토에세이[어머니는 88년 세월을 지우고 있습니다(머릿속 지우개-치매]


올해 연세 88세 친정어머니.

 

그 곱던 얼굴은 어디가고 88년 세월을 고스란히 얼굴에 새기셨습니다.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신 지 수 개월입니다. 지금은 다행히 어느 정도 완치 되었지만 집에 가도 걱정입니다. 이제는 노환으로 치매 초기 증세가 있으셔서 막내딸 왔다고 너무 좋아하시며 용돈을 드리자 꼬깃꼬깃 지갑에 넣고 아버지보다 조금 더 드리면 정말 좋아하시는 아가가 된 엄마.

 

학창시절에는 학부형 모시고 가는 날이면 인근 마을에서 가장 멋쟁이로 불리던 엄마를 꼭 모시고 갔습니다. 사춘기시절 엄마가 혼을 낼 때면 엄마처럼 결코 나이 들지 않겠다고 반항했던 철부지 딸, 언니들의 늦은 결혼에 늘 걱정이던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드리고자 일찍 결혼 하는 것이 또 하나의 효도라고 생각했던 못난이 막내딸

 

일찍 결혼했지만 아이들 아빠를 먼저 34살에 먼저 보내야했던 막내딸을 보고 딸보다 더 우셨던 어머니, 효도는커녕 친정어머니 가슴에 대못을 박아 버린 불효녀가 되었습니다. 그런 어머니를 보고 울 수도 없었고 슬퍼할 수 없었습니다. 자주 가서 뵌다고 하면서도 엄마의 걱정을 끼쳐 드리는 것 같아 전화로 대신했던 지난 시절. 그 또한 내게 주어진 운명으로 생각하고 감당해내기로 각오를 다졌습니다. 힘들고 어려워도 절대로 누구에게 말하지 않고 밝은 모습만 보여주자고 가슴에 새기며 살아온 세월 16년, 7남매 중에 오로지 막내만 그렇게 되었기에 심려 끼치지 않게 행복하게 사는 모습만 보여드리는 게 엄마를 위한 일이라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이제 어머니는 절 보고 우시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울면 막내딸 불행해진다고 으름장을 놓았거든요. 순수한 우리 엄마. 그 뒤로 걱정보다는 자랑으로 바뀌셨지요. 잘났던 못났던 엄마에겐 7남매에겐 고슴도치의 자식사랑 이상입니다. “어머니 더 이상 총기 잃지 마시고 지금처럼만 그대로 있어주세요.”

 

한편, 간병인 아주머님이 말씀을 전해주시는데 며칠 전 옆 병실에 입원한 할아버지는 큰 재산가인데 장성한 큰아들은 무위도식하면서 그 재산만 빼뜨리려 한다고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를 쥐어박으며 빨리 생을 마감하라고 한답니다. 더욱이 둘째와 셋째는 잘하려고 해도 큰 아들 때문에 두려워한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TV에서 나온 것보다 훨씬 더 못된 자식이라고 하십니다.

간병인께서 아가가 되어가는 엄마에게 7남매 수시로 드나들며 살피러 오고 살뜰히 보살펴주는 할아버지 있어 얼마나 행복한 거냐고 하시자 88세 어머니는 히죽이 웃어 보이십니다.(다 알아 듣긴 하셨는지...)

 

어머니 두 손을 꼭 잡고 안아드리며 엄마가 최고 미인이며 멋쟁이라고 크게 말씀드리고 막내딸의 재롱을 보이다가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야했습니다. 어머니의 머릿속 지우개가 하나 둘, 88년 세월을 지우고 있는 지금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들만 고스란히 남겼으면 좋겠습니다.  -막내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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