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두부 아저씨의 22년. 조금만 사가셔![재래시장 탐방5. 암사종합시장]

2011. 2. 9. 08:00주요 활동/하이서울뉴스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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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두부 가게 김영선씨-
-22년째 손두부, 콩나물 가게 운영-

손두부 아저씨의 22년. 콩나물은 조금만 사가셔![재래시장 탐방5. 암사종합시장]호미숙
-싸게 팔면서도 반절만 팔고 있던 가게-

 

설 명절도 지나고 입춘도 지난 2월 7일 포근한 날씨 속에 찾은 곳은 새롭게 단장한 암사종합시장, 깔끔하게 꾸며진 현대화 된 시장답게 넓은 통로, 깨끗한 시장 풍경이 일반 재래시장과는 다르게 사람들의 발길이 바삐 움직이는 늦은 오후, 긴 시장 통로 양쪽에 말끔하게 정비된 가게들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기 위해 여기저기 시끌벅적하다. 떡볶이 집에는 불이라도 난 듯이 사람들의 발길이 머물러 뜨거운 어묵국물에 추위를 달래려는 사람들이 즐비하게 서있고, 야채 가게 젊은 청년의 경쾌하고 밝은 미소가 시장을 찾은 사람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도 비좁지 않고 넉넉하고 여유롭게 시장풍경을 구경 할 수 있는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 위치한 암사종합시장은 기존 전통시장의 현대화사업과 달리, 아동보호시설, 정보센터, 고객지원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물건을 쉽게 운반할 수 있게 카트까지 비치해 놨다. 암사종합시장은 소방도로 확보와 아케이드 설치, 그리고 화강석 바닥으로 시공해 고객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대형마트처럼 배려했다.


리포터의 눈에 띈 곳은 바로 손두부를 팔고 있던 점포도 없이 좁은 곳에 두부상자와 콩나물 박스를 세워놓고 펼친 작은 가게. 아저씨는 내내 순박한 웃음으로 손님들을 맞이했다. 간판은 그저 “손두부” 연신 젊은 주부와 아주머니들이 콩나물과 두부를 사가면서 하나같이 아저씨를 가족처럼 친근하게 대하는 모습에 눈길을 끌었다. 오가는 사람들을 거의 다 알아보며 눈만 마주치면 인사하기 바쁘게 두부와 콩나물 한 봉지씩을 사간다.
 



김영선(52세) 손두부 아저씨는 암사시장에서만 22년째 손두부와 콩나물 등 묵과 청국장을 팔고 있다고 한다. 22년 전 우연히 어떤 일을 시작할까 고민하던 차에 친구와 함께 두부공장과 두부판매 동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가게를 이어오고 있단다. 아주머니를 상대하는 두부 아저씨의 모습에서는 살가운 오빠나 동생처럼 주부들에게 친근하게 대하고 있었다. 시장에서 판매하는 손두부에 대하여 여쭤보니 보통 사람들은 손두부라고 하면 맷돌로 갈아 만든 것으로 생각하는데 손두부는 전통방식의 소금간수를 사용했다는 것이라 했다. 


설 명절이 끝난 뒤 처음으로 나왔다는 아저씨를 보자 너도 나도 명절 안부를 묻고 명절 때 풍경을 전해주었다. 두부를 사러 온 사람들로 얼마나 줄을 길게 섰는지 그때를 떠올리며 놀라웠다고 한다. 이 날도 말 붙일 시간이 없을 정도로 손님이 줄을 이었는데 명절 때는 얼마나 성황을 누렸을지 알만하다.
 


연세 지긋하신 정희진(암사동 60세)씨가 불편한 몸으로 콩나물을 천원어치 달라고 하니 건강해야 콩나물도 사러 온다고 넌지시 건강을 빌어 주며 또한 두 식구 밖에 안 되는데 천원어치 사가면 반은 버린다며 조금만 사가라며 반을 덜어 담아 팔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미안한 듯 고맙다면서 불편한 발걸음을 옮겼다. 보통 사람들이 천원어치를 기본으로 구입하는데 두부아저씨는 식구가 몇 명인지도 뚫고 있어 반만 파는 경우가 많았다. 많이 사가면 좋은데 왜 덜어 파느냐고 여쭤보니 콩나물은 계속 해먹기보다 두고 먹다보니 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조금씩 자주 사가는 게 오히려 판매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버릴 경우 한동안 콩나물을 사가지 않는다고 말을 덧붙였다.


또 젊은 주부가 도토리묵을 주문하자 특별한 보관법으로 새로 만든 도토리묵은 실온에 3일 정도 보관해도 말랑말랑하게 먹을 수 있고 청포묵(녹두묵)은 1일 정도 실온에 보관해도 된다고 했다. 냉장고에 바로 넣으면 단단하게 굳어버려 다시 데쳐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알려준다. 특히 메밀묵은 여름철 같은 경우엔 오전에 만들어도 오후에는 상하기가 쉽다고 했으며, 칼국수가 남았을 때는 바로 냉동실에 넣어 냉동보관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만두피를 사러 온 아주머니께는 먼저 “명절 때, 만두 속이 남았나 보네요?”라며 눈치를 채고 물어보기도 하고 손님들의 식구 안부를 먼저 여쭙고 있었다. 대부분 처음 온 사람보다는 대개가 수년에서 수십 년 단골 주부들이었고 간간이 아저씨들도 찾아와 제품을 사가고 있었다.

20년 째 단골이라는 가영이 할머니(암사2동 64세)는 어떻게 그렇게 오랜 단골을 할 수 있었는지 여쭤보자 “말이 필요 없는 사람이여, 법 없이도 살 사람이고, 친절하지, 성실하지,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게 정직허지, 그리구 값도 다른 시장보다 훨씬 사다니께, 그러니 다른 가게 못가고 여기만 오는 겨”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두부아저씨를 칭찬하고 있었다. 



아저씨는 3남매를 두었는데 장남은 캐나다에 유학을 보냈다고 한다. 남들이 보기엔 별로인 것 같지만 두부장사로 돈도 꽤 벌었다고 은근히 자랑도 했다. “친구와 동업을 22년간 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인데 어떻게 유지했나요?”라고 물어보니 “그거야 서로 욕심내지 않고 조금씩 양보하면 된다.”라고 대답했다. 가게를 하면서 반드시 지키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니 “특히 물건의 품질을 속이지 말아야 하고, 싸게 파는 전략도 하나 있다."라며 도토리묵에 넣는 검은 색소까지 보여주고 두부에 넣는 가루간수도 옆에 따로 준비해서 비교를 해주고 있었다. 


콩나물과 두부는 경기를 타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가 힘들면 더 잘 팔리는 식품이고 서민들의 필수 식단이니만큼 늘 북새통과 문전성시이다. 아저씨가 평안하게 웃는 미소는 천원, 500원의 작은 돈이지만 가치를 갖는, 진정하게 노력한 사람만이 느끼는 큰 기쁨이 아닐까?

  



원본보기-http://homihomi.tistory.com/556

천원, 오백원에서 거두는 행복의 가치, 그 안에는 사랑이 넘칩니다, 재래시장의 발전을 기원하며 추천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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