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숙 자전거여행[포토에세이-한강에 봄이 오는 소리]

2011. 2. 16. 06:56주요 활동/하이서울뉴스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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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숙 포토에세이-한강에 봄이 오는 소리[암사생태공원] 


동해안에는 100년만의 눈 폭탄으로 인해 축산 및 원예 농가는 물론 도시 기능을 거의 잃었을 정도의 고립으로 토끼길 만큼만 겨우 길을 낸다는 소식에 안타까움이 가득한 반면 서울은 쌓인 눈이 얼어붙은 거리를 청소하느라 삽과 곡괭이로 눈덩이를 치우고 아직은 응달에는 잔설로 겨울의 흔적을 남아있지만 양지바른 언덕에는 봄볕에 어느새 우리가 모르는 사이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이미 입춘도 지나고 우수가 며칠 남지 않은 2월 15일 한강의 광나루 공원과 암사생태공원으로 자전거를 타고 봄을 마중 나갔다. 겨울 삭풍이 가시지 않았지만 불어오는 바람 끝에 전해지는 봄의 향기가 아련하게 전해오는 듯 했다. 개나리 가지에 싹눈이 아직은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침묵하지만 금방이라도 노랗게 벙긋거리며 함박웃음을 준비하고 있었고. 개나리군락 아래 낙엽 속을 헤치면 초록으로 물든 손톱보다 작은 풀잎이 햇살샤워를 하고 있었다. 
 

 
 
 
 

 물억새밭에는 쌓인 눈이 녹아 물길을 만들어 돌돌 흐르고 빙하처럼 한강에 두껍게 얼어붙었던 얼음도 색다른 무늬를 새기며 투명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겨울 강에 윤기가 나고 매끄럽던 얼음도 쩍쩍 갈라져 탁해진 모습으로 햇살에 허물어지고 있었다.


 
 
 
 

암사생태공원의 늪지에는 지난 태풍 곤파스에 쓰러지고 부러진 버드나무들 가지도 푸른 물을 머금어 조금씩 서서히 물을 오르고 있었다. 한강물에 담긴 채 얼어붙었던 나뭇가지도 아주 천천히 바람에 흔들려 얼음을 휘저으며 물결을 일으키려 애쓰고 있다.
 

 
죽어있는 듯했던 잔디밭에도 가까이 다가가면 밑동부터 초록빛으로 물들이고 노랑지빠귀 한 마리가 낯선 인기척에 푸득대며 날아오르고 한 쌍의 까치가 잔설에 흩어진 먹이를 쪼는 가운데 경계의 눈빛을 놓지 않았다.
 
 
 
 
 
겨울은 비워내는 계절, 씨앗을 퍼뜨리고 빈자리만 내놓은 꽃씨주머니는 텅 비우고 도깨비바늘은 바짓가랑이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고 꽃 진 자리가 하얀 별처럼 피어있는 이름 모를 잡초도 봄을 기다리며 속닥거리고 있었다.
 
 
 
 
 
아직은 이른 봄 마중 이었을까, 마중 나온 사람들에게 계절은 변함없이 신비롭게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해주고 무언의 가르침이 이어졌다. 가녀린 풀잎 하나, 나뭇가지마다 그네들만이 이겨내는 겨울의 인고의 시간 끝에 화사한 봄을 맞이한다는 것을……. 

 
 
 
 
봄 마중에 설렘 때문이었을까 그만 사진을 찍으려다 녹아버린 강변에 발목까지 빠지고서야 화들짝 놀래며 발을 옮겼지만 다른 쪽 발마저 빠져버렸다. 아무도 보는 이 없었지만 왠지 부끄럽고 창피스러웠지만 그대로 집으로 돌아오기엔 아쉬움이 남아 진흙투성인 채로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더 둘러본 뒤 천호동 공원으로 들어서니 따사로운 햇살 아래 공원마당에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 산책을 즐기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농구장에서는 젊은 청년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고 한편에서는 젊은 주부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미니 축구장에는 청년들이 반바지 차림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었으며 스피커에서는 때마침 봄의 왈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늘 선곡한 사람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봄을 기다린 것은 아닐까.

 


집에 돌아와 흙투성이 운동화를 벗어 놓으며 기분이 불쾌함보다는 봄이 성큼 다가왔음에 기쁨의 미소가 입가에 머물렀다. 봄이 오는 소리는 곧 희망이듯 긴 겨울이 주고 간 구제역과 대 폭설 등으로 피해 입은 우리네 고향 농가와 어려운 서민경제 시름이 어서 씻겨 가길 바래본다.

원본보기-http://homihomi.tistory.com/571

봄은 희망입니다. 우리의 희망인 봄을 기다리며 추천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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