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서울뉴스 기사 송고-고소한 기름집의 웃돈 사연(情이 주렁 주렁, 재래시장 이야기 ①... ‘천호시장’)

2011. 1. 27. 07:30주요 활동/하이서울뉴스 송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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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기름집의 웃돈 사연

고소한 기름집의 웃돈 사연

情이 주렁 주렁, 재래시장 이야기 ①... ‘천호시장’

시민리포터 호미숙 | 2011.01.26
하나씩 둘씩 현대화 되어가는 서울의 재래시장. 하지만 이곳의 넉넉한 인심과 물씬 풍기는 사람냄새는 그대로 붙잡아 두고 싶다. 서민들의 애환이 풍겨나는 재래시장,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감동이 서린 자서전을 써내려간다. 자전거를 타고 서울 곳곳을 누비는 호미숙 리포터가 재래시장 인심 탐방에 나선다.


출 퇴근 시 어둡고 좁은 통로를 스치며 아침저녁 눈으로 인사하고 단골로 드나드는 천호동 재래시장. 아무리 단골이라 한들 시장사람들의 삶에 대하여 얼마나 알까싶어 작심하고 펜과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시장 사람들의 환한 미소 뒤에 숨은 이야기들이 정말 많았다.

분주하게 손님을 맞이하다가 다 식은 커피를 마시면서도 꾸밈없이 살아온 그들만의 역사를 읽는다. 천호시장은 건물을 새로 지어 들어왔다고 하지만 이미 40여 년이 흘러 비가 오면 주룩 주룩 새는 곳도 많다. 뉴타운지역으로 개발 예정이라 이제나 저제나 새롭게 꾸며질 종합상가를 꿈꾸고 있는 재래시장.

어디선가 솔솔 풍기는 고소한 냄새를 따라갔더니 이름도 푸근한 엄마기름집이 나온다. 참기름과 들기름은 국산부터 인도산도 있으며 까만콩, 땅콩, 보리, 쌀, 흑미, 율무, 미숫가루, 각종 마사지 용 자연식품 분말, 가짓수가 너무 많아서 다 나열도 못 할 정도다.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한지 25년이라는 이일순씨(51)는 성냥팔이 소녀처럼 스카프로 얼굴을 감싸고 추위를 이기고 있다. 그래도 손님을 맞는 표정은 밝다. “어떻게 기름집을 하게 되었나요?”라고 물어보니 “친정어머니가 건어물 장사를 하게 되었고 가정형편상 학업을 마치지 못해 일찍이 어머니를 돕다가 바로 지금의 기름집을 얻게 되었지요”라고 한다.

결혼 후에도 마찬가지다. 아저씨는 강일동 농장에서 농사일을 하고 이일순씨와 친정 동생 내외와 일하는 사람까지 작은 가게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고 한다. 기름집 뒤편에는 메주를 띄워 말리고 있었으며 일곱 대의 최신형 분말 기계까지 설치 되어있었다. 손님이 찾아와 고추장을 담았는데 뻑뻑하다며 “엿기름물을 끓여 넣어도 될까요?”라고 묻는다. 고추장이 어느 정도 발효됐을 때 엿기름물을 붓게 되면 끓어 넘치니까 그러지 말고 소주를 넣어 섞어 주라고 노하우를 알려준다. 소주의 알코올 성분이 수분 역할도 하지만 곰팡이 균도 함께 살균 해준다고 한다. 여름에 고추장 항아리에 하얗게 적이 낄 때도 겉을 걷어 내고 바로 소주를 부어 놓으면 깨끗한 고추장이 된다고 설명을 이었다.

“기름은 어떻게 보관하는 게 좋은가?”라고 묻자 “참기름은 냉장 보관 하면 기름이 굳으니 절대로 냉장고에 넣지 말고 실온에 보관해야 되고 들기름은 냉장 보관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참기름은 따뜻한 음식에 사용할 때 향과 맛이 제대로 난단다. 들기름은 나물을 무칠 때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기름을 짜고 난 깻묵은 단골손님이 가져가 화분 거름으로 활용한다. 손때 묻은 장부들을 통해 기름집의 역사를 엿볼 수 있었다. 

리포터가 머무는 사이에 한 50대 아저씨가 율무를 한 봉지 가져가면서 “3만 원이에요” 라며 돈을 건넸다. 무심코 3만 원짜리 구입했으려니 했지만 이때 사장님이 “아저씨에게 수년 동안을 2만 원만 받았더니 몇 개월 전부터 알아서 만원의 웃돈을 건네주고 가네요”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왜 그럴까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대부분 싸게 주면 좋다하고 가져가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아저씨는 가까운 곳에서 이동 찻집을 운영한단다. 물가가 오른 지 오래 되었는데도 2만원만 받는다고 더 얹어 주는 것이란다. “먼저 손해보듯 베풀어야 그 이상이 들어온다”라고 이일순씨는 말했다. 이 기름집엔 며느리 때 단골이 되었다가 시어머니가 돼서도 자신의 며느리를 대동해 오는 손님도 있다. 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한 푼 두 푼 모으며 살면서도 손님부터 생각하는 마음이 웃돈을 알아서 챙겨 주게 하는 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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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서울뉴스 원본-http://inews.seoul.go.kr/hsn/program/article/articleDetail.jsp?menuID=001001005&boardID=174945&category1=NC1&category2=NC1_5¤t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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