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사 매표소 아저씨가 서울서 자전거 타고 26년만에 찾았다고 하니 반갑게 나와서까지 맞이해주신다.
계룡산 갑사 일주문을 들어서자 아련하게 26년 전 그 때 기억들이 하나 둘 솟구친다.
여행기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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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여행-계룡산 갑사, 26년 만에 찾은 신혼여행지(세월도 무상하여라)호미숙
갑사. 참 오랜만에 찾는 사찰이다. 26년 전 늦가을에 새신랑과 새신부가 되어 유성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첫날 신혼여행지로 가까운 계룡산의 갑사와 동학사를 들른 후 서해안 변산반도 채석강으로 떠났는데 어느덧 26년의 세월이 흘러버리고, 함께 손잡고 산을 오르던 내님은 하늘나라로 간지 어언 18년이 되어버렸네. 변산반도의 채석강은 그래도 여러 번 찾아가 신혼의 추억을 되살리곤 했었는데, 무심하게도 갑사는 가까웠는데도 찾아가지 못했다. 주어진 삶의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 성실함만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그 시절만 해도 참 어려웠던 시절이라 결혼식도 못한 채 첫 아이 낳고 돌이 지나서 결혼식을 했을 정도였는데, 큰 아이가 벌써 27살이니 그때 아빠나이가 되었고, 작은아이도 24살로 장성한 두 아들이 곁에 든든하게 아빠자리를 대신해주고 있어 갑사를 오르는 길은 참으로 남다른 감회에 젖어 들었다.
신록이 우거진 수백 년 수령의 거목들이 초록터널을 이루고 그 때의 늦가을 정취는 볼 수 없지만 아련한 갑사의 추억을 오랜만에 떠올리며 행복해하던 옛 기억을 더듬어 발길을 옮긴다. 이번 여행에 동행자는 바로 자전거, 변산반도의 채석강을 찾을 때마다 자전거를 타고 가곤 했는데 공주 갑사도 이렇게 나의 애마이며 애인인 자전거와 함께 해서 특별함으로 남는다.
갑사 입구부터 멀지 않는 산책로 따라 가는 길에 그때에도 반겼던 나무들이 여전히 반기고 있건만 세월은 흘러 곁에 함께 할 수 없는 임을 떠올리며 천천히 시간을 거슬러 더듬는 동안 26년의 세월과 홀로 된 18년간 달려온 질주의 삶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그리움의 눈물보다 이제는 감사의 마음으로 그 길을 홀로 걷는다.
두 아들이 아빠보다 큰 키로 양쪽에서 엄마를 보살펴주는 지금, 18년 동안 고독하게 달려왔던 시간들을 보상해주고 엄마 마음을 알아주고 아빠의 빈자리까지 채워주려는 의젓한 두 아들에게 고마움이 앞선다. 그 동안 그리움이나 외로움이란 단어는 사치에 가까울 정도였기에 여행도 시작한지 겨우 5년이 되었을 정도이니 그간이 얼마나 팍팍하게 살아왔는지 몇 아름의 굽은 나무는 알겠지.
26년만에 신혼의 추억을 되살리도록 공주로 초대해주신 하늘빛(주)전형광대표님께 감사드린다.
갑사:http://www.gapsa.org/
주소:충청남도 공주시 계룡면 중장리 52
전화번호:041-857-8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