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간 아들에게 쓰는 편지(군 입대 14일차 -원에게-)호미숙[사진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2010. 8. 3. 10:06글 이야기/군에간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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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
      호미숙자전거여행(오픈캐스트발행)
      입대 14일차 - 원에게 -

      아침공기가 신선하게 창으로 불어오는 구나
      휴일은 잘 보냈니?
      아침 7시경인데 식사는 마쳤을 시간이겠지

      엄마가 일요일 새벽부터 활동하고 돌아오니
      성용이하고 원일이가 인터넷 편지가 아닌
      일반 편지를 써놓았네, 오늘 우체국에 가서 부칠게

      원아 요즘 몸이 얼마나 힘들까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늘 편히 시간을 유유자적 보내지 않았니.
      요즘 강행군을 하다 보니 온 몸이 뻑적지근하고
      몸도 붓고하여 힘이 든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장시간 훈련에 임하는
      울 아들은 얼마나 힘이 들까
      남산 벚꽃 축제가 마치면 석호정 사두취임식 행사가 있어
      아마도 그때까지는 무척 바쁜 일정을 보내게 될 거야

      올해는 엄마가 전국 대회를 참여할까 말까 생각중이다
      연습량도 그렇고 1박씩 자야하기에 염려를 하고 있어
      다만 가까운 거리는 참여해볼까 한다.

      어제는 모든 일정 마치고 장충단 공원으로 걸어 내려왔는데
      동대지하철 역 파출소 앞에 통나무 의자가 있거든
      왜 커다란 나무를 베어 나무처럼 적당한 높이로 잘라 놓은 거 말이야
      그 통나무가 아마도 10개쯤은 놓여있거든
      그중에 한 그루 밑동에서 싹을 틔웠더라.
      작년에도 보았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또 연둣빛 싹을 돋우었지
      그 척박한 땅, 시멘트 바닥에 끈질길 생명력의 신비로움을 보았지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일 거야, 말 못하는 나무의 생명력도 그 정도
      위대할 진대 우리 사람의 삶이야말로 더욱 치열하고 처절하리만큼
      전쟁 같은 삶을 살아가지,

      원이가 군 생활 마치면 그런 삶에 대하여 당당해질 수 있을 정도로
      굳은 의지의 어른이 되리라 생각해
      원아  나눔이 삶인 우리 자연처럼 초목처럼 살아가자꾸나.
      또 한 주간 시작되는 훈련이 기다리겠구나.
      2주간 잘 버텨내어 고마워 역시 원이였어.


      사랑해~ 엄마가 2008 4.1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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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나무 의자의 초록 절규
      homihomi-호미숙

      연록의 남산,
      푸른 물 짜낸 약수터
      뚝뚝 떨어진 봄 방울이 만든
      파문이
      상춘객 오가는 거리
      싹둑 잘린 느티나무 통 의자에
      나이테 줄을 그었다

      회색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도 살 수 없고
      죽어도 죽을 수 없는
      인조목처럼 살아가는 나무

      시멘트에
      숨통마저 틀어막혀
      봄볕에 터져 나와
      푸른 심장이 팔딱인다
      초록 절규에
      바뀌지 않는
      건널목 건너 빨간불

      오래도록,
      길을 건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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