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30. 06:43ㆍ글 이야기/포토포엠.포토에세이
[호미숙 포토에세이]아름다운 가을 담장에 버려진 양심
빨간 가을별이 후드둑 황토색 토담 위에 늦가을을 내려놓았네요.
첫눈이 내린 뒤 영하의 날씨라고 거리에 사람들마저 뜸한 날
서초동 어느 골목길로 접어들어 자전거 타고 가다가
붉은 별이 수북이 쌓인 모습에 급히 브레이크 잡아 멈추고
카메라부터 꺼냈습니다.
가을은 슬쩍 찾아와 머물렀다가 눈 깜짝할 사이,
오색물감만 붓고 저 만치 도망치는 즈음
아직 채 미련을 가시지 못한 단풍나무.
오그라든 단풍손이 쥐고 있는 가을 여운이
아쉬움을 담아 초겨울 햇살 샤워 중입니다.
자리를 옮겨가며 가을을 찰칵이며 담습니다.
그때 이건 뭐지?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토담 기와 위에 올려 놓은 그것은 바로
사람들이 얹어 놓은 빈 담뱃갑과 음료수 병들이
예쁘게(?) 진열 되었네요.
참, 황당한 풍경이었습니다.
이정도 눈 찌푸릴 풍경은 흔할 정도지만
이곳은 초등학교 앞을 지나는 골목길이었다는 것입니다.
저 빈 병과 담뱃갑을 버린 사람들은 바로 어른들입니다.
어린아이들에게는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지 말라고
가르치는 사람들 또한 어른들입니다.
낙엽 위에 얹힌 것을 보니 올려진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아름다운 낙엽 구경하러 왔다가 버린 듯 합니다.
고개를 바닥으로 향하면 또 새빨간 가을꽃별이 수북하게 쌓여
가을을 만끽하는 풍경을 만들어 줍니다.
일부러 흩어 놓은 듯 한 바람의 정렬,
위의 사진으로 잠시 언짢은 기분
훌훌 털어내고 다시 앵글을 당깁니다.
초겨울에 들어서는 마지막 늦가을 추억이 되어 또 다시
가슴에 묻어두고 가끔씩 떠올리며 시간을 정지 시킬 겁니다.
언뜻 보기엔 붉은 장미꽃처럼 또는 동백꽃처럼 우수수 떨어진 듯 보입니다
흰색 분칠이 벗겨진 붉은 벽돌마저도 새로운 운치와 낭만으로
11월을 보내며 꽃길을 만들어 놓아 지르 밟고 가라는 듯 말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독백을 즐길 수 있는 계절이었던 가을이 가려하네요
이 가을에 침범한 버려진 양심도
11월의 마지막 날, 새벽의 소나기에 쓸려갈 낙엽과 함께
곧 청소하는 아저씨의 손길에 수고를 덜어야 할 겁니다.
원본주소-http://homihomi.tistory.com/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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