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숙 포토에세이[겨울나무와 겨울 미몽]

2010. 12. 28. 15:44사진 이야기/포토갤러리

반응형

호미숙 포토에세이[겨울나무와 겨울 미몽]

찬바람이 쓸고 있는 황금 잔디밭
그 위에 소리 없이 뿌리 내린 그림자나무
황량한 겨울 풍경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지 아래로 뻗어 내려간 나무뿌리를
연상하게 한다



찬란함을 떨꾸고 그 자리에 새겨진 겨울나무의 투영

푸른 옷을 걸쳐 입다가 색색의 갈잎으로
갈아 입은 뒤 살며시 옷을 내려놓은 겨울나무
그 나무만이 갖고 있는 비밀이 폭로되고 있다


나뭇가지
는 단단하고 차가운

시멘트 벽면에도 새겨놓고
나무뿌리를 엑스레이 촬영한 모습을
그대로 들어 내놓았다


꽉 닫힌 
외벽의 겨울창문 옆으로
팔을 굽힌 나뭇가지
창 안의 인기척이라도 느끼고픈지
똑똑, 노크를 해대고 손을 들이밀어 손짓한다.


겨울잠 자는 소녀에게
겨울 햇살 훼방으로 눈부심이라도 있을까봐
가려주려는지
몇 잎 남지 않는 나뭇잎으로 그림자를 드리운다


겨울 미몽이라도 꾸고 있는 걸까
아련하게 아지랑이라도 피어나듯
창에 비친 나뭇가지의 속삭임이
햇살에 번지며 스며든다


파란 하늘 위로 뻗어 올린
나뭇가지
지금 차가운 대지 속에 뻗어 내리고 있는
나무 뿌리의 모습이 아닐까?
내 그림자 속에 숨어 있는 나처럼

싸늘한 기운에도
겨울 미몽은

깨어나지 않는다

-시집 속의 향기(호미숙)-

원본주소-http://homihomi.tistory.com/492

겨울 미몽에 빠져보세요~~ 추천 꾹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