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손님은 스스로 웃돈을 주고 사갈까[천호시장 엄마 기름집]

2010. 12. 17. 07:30여행 이야기/강동구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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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손님은 스스로 웃돈을 주고 사갈까[천호시장 엄마 기름집]호미숙


저는 요즘 강동구청에서 실시하는 향토자원 조사 관리요원으로 12월 말까지 하게 되는데요. 파워블로거란 조건으로 행안부에서 발탁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강동구 지역의 자원을 조사하고 또한 역사가 있거나 유형이든 무형이든 사업화를 할 수 있는 자원을 발굴하는 작업입니다. 조사원들이 조사를 해야 하지만 저는 제가 사는 곳이 천호동이기에 이왕 하는 거 관리요원이라도 함께 움직이며 자료를 모으고 취재를 들어갑니다. 특히 서민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진솔하게 담고 싶은 마음에 그냥 자료만 조사하는 게 아닌 인터뷰와 집중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정말 사람 사는 모습과 한 사람마다의 역경의 삶을 엿보게 됩니다.
지금까지 이끌어 온 삶에서 그 분들의 삶의 향기에 깊이 감동하고 고통의 삶에서도 꿋꿋하게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 오는 모습에 많은 것을 배우며 깊은 감동을 느낍니다.
서민들이 애환이 물씬 풍겨나는 재래시장,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의 주인공의 한 권의 자서전을 듣고 다닙니다

오늘도 역시 출 퇴근 시 늘 좁은 통로를 스치며 아침저녁으로 눈으로 인사하고 단골로 필요한 물건을 사는 이웃 중 이웃입니다
이웃들의 삶에 대하여 단골이라 한들 얼마나 알까요. 이렇게 집중으로 취재하다보니 밝은 미소 뒤에 숨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요즘 생활이 참으로 즐겁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서로 마음과 마음으로 나누는 대화. 행복한 시간입니다.
따스한 커피 한 잔 마시다가 분주하게 손님을 맞이하면서도 나누는 대화에서 이미 우리는 진솔함 그 자체입니다.
꾸밈도 없고 보이는 모습 그대로 눈높이를 맞추며 살아온 그들만의 역사를 듣습니다.

오늘은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시장 가득 풍기는 엄마기름집을 취재했습니다. 천호시장은 재래시장으로 형성 된지 40년이 넘었을 정도로 오래 되었습니다. 건물을 새로 지어 들어왔다고 하지만 이미 수십 년이 지나면서 비가 오면 주룩 주룩 새는 곳도 많습니다. 뉴타운지역으로 개발 예정이라 이제나 저제나 새롭게 꾸며질 종합상가를 꿈꾸고 있는 천호시장


없는 게 없습니다. 참기름, 들기름, 국산부터 인도산도 있으며 까만콩, 땅콩, 보리, 쌀, 율무, 미싯가루, 각종 맛사지 용 자연식품 분말, 가짓수가 너무 많아서 다 나열도 못합니다. 앞에 보이는 가게를 들어가 뒤편으로 가면 고춧가루를 빻는 기계도 있습니다. 번개탄도 있어요. 약간의 약초도 있어요.
이곳에서만 가게를 운영한지 25년이라는 이일순씨. 성냥팔이 소녀처럼 스카프로 얼굴을 감싸고 추위를 이기며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밝고 부지런한 모습을 뵈었었기에 스스럼없이 취재 이야기를 해서 약속 시간을 잡아 찾아 갔습니다.



이일순 사장님께 어떻게 기름집을 하게 되었는지 여쭈었는데요. 지금 현재 기름 집 옆에서 친정어머니가 건어물 장사를 하게 되었고 그때 가정 형편상 일찍이 어머니를 따라 함께 장사를 도왔답니다. 마침 바로 현재의 기름집을 얻을 기회가 되어서 지금까지 이어졌답니다. 결혼 후에도 마찬가지로 아저씨는 강일동 농장에서 농삿일을 직접하고 있고 이렇게 이일순 사장님과 친정 동생 내외와 일하는 분들까지 이 작은 가게에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지금 규모의 형태보다 아주 작은 상태였으며 주로 기름만 전문으로 취급하다가 어느 날 라디오에서 나오는 건강식품에 대한 정보를 듣고 건강에 좋은 식품을 취급하게 되었고 몇 해가 지나자 자연식품으로 하는 피부관리 붐이 일어나면서 또 피부관리 관한 맛사지 재료도 취급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 가지 사러 왔다가 손님들이 주문하는 것을 구비하다 보니 지금까지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기름집 뒤편에는 고추와 메주를 띄워 말리고 있고 7대의 최신형 기계까지 설치 되어있었습니다. 직장에 잘나가고 있던 친정 동생까지 함께 일을 할 정도라면 이 기름집의 매출은 상상해도 되겠지요. 요즘 주부들은 편히 배달해주는 것을 원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직접 배달을 해드리며 이 가게서는 도. 소매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고추는 주로 제천 고추와 전라도의 고추를 판매한답니다.

강동구에서 유일하게 최신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자부심을 갖고 있는 방앗간 기계. 늘 가루를 내는 곳이라 먼지라도 많을 듯하지만 들어서면 반질반질하게 닦아 놓은 기계를 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기름을 직접 짜거나 고추가루 빻는 것은 반드시 예약하고 보통 오후 4시 이후에는 작업을 하지 않는답니다. 무엇보다 청결이 중요하기에 오후 4시는 기계 청소를 마쳤기에 작업을 할 수 없답니다.

이곳에서는 좁은 천정에 매달린 메주를 볼 수 있는데 이 메주들은 주로 주문하거나 소매를 위해서 직접 절구에 찧어 만듭니다. 마침 고추장을 담았다는 손님이 찾아와 약간 뻑뻑하다고 어떻게 해야 할 지 궁리 끝에 엿기름을 더 끓여 부으려고 왔다고 하자 이일순 사장님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공 해주십니다. 이미 고추장이 어느정도 발효 되었기에 메주 물을 붓게 되면 오히려 끓어 넘친다면서 그 대신에 소주를 넣어 섞어 주라고 하더군요. 옆에서 듣다가 왜 그럴까 물어 보았더니 소주의 알콜 성분이 수분역할도 하지만 알콜성분으로 곰팡이 균도 함께 살균 해준다고 합니다. 특히 여름에 고추장 항아리에 하얗게 적이 낄 때 겉을 걷어 내고 바로 소주를 부어 놓으면 아주 깨끗한 고추장으로 변신한다고 합니다. (메주를 팔수도 있었는데 메주는 팔지 않고 다른 가게가서 소주를 사라고 안내해주셨지요)

제가 취재하면서 1시간 정도 머무는 동안 다양한 손님들이 분주하게 다녀가십니다. 어느 신사 두분이 찾아와 문화상품권도 받아 주는지 여쭈더니 깨소금과 참기름을 구입해 갑니다. 어느 중년 사모님은 골고루 섞은 영양쌀을 만들어 가기도 했습니다.

여러분들 기름 보관법 아시나요? 참기름을 절대로 냉장 보관 하면 안 됩니다. 차가운 냉장고에 보관하면 기름이 응고되고 들기름은 냉장 보관해도 무관하다고 합니다. 특히 참기름은 따뜻한 음식에 사용할 때 제 향과 제 맛을 내고 나물을 무칠 때는 들기름을 이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손님이 참기름을 주문하자 사용하기 전에 한번 흔들어 주고 사용하라고 했습니다. 특히 국산 참깨와 외국산 참깨를 비교를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여쭤보니 말로는 쉽게 설명이 안 되지만 전문가들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참깨의 모양이 약간 다르다고 합니다.

기름을 짜내는 동안 기름거품을 거두어 이렇게 냄비에 촘촘한 망사로 만들어 걸러내고 한 방울의 기름이라도 받아 냅니다. 이 기름 거름용 냄비는 사장님 남편께서 특별히 손수 제작한 것이랍니다. 기름과 가루 먼지로 지저분할 것 같았지만 이 가게의 기계들은 하나 같이 반질반질 빤짝이고 윤이 납니다. 어디 한 귀퉁이라도 찌든때가 없었습니다.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에 또 감탄했습니다.

기름을 짜고 난 찌꺼기들입니다. 이런 찌꺼기는 거름으로 활용된다고 하네요. 손님들이 화분에 넣어주려고 가져가곤 한답니다.


 


손때 묻은 장부들, 정리해 놓은 작은 수첩에서 기름집의 역사를 엿볼 수 있네요. 단골 가게들이 주문시마다 계산을 하는 게 아니라 서로 믿고 이렇게 주문하고 어느 정도 지나서 일괄 계산을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오랜 단골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품질을 인정한다는 뜻이라고 봐도 되겠지요.


 

그동안 가게를 운영하면서 기분 상했던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가끔 국산 참기름을 드려도 의심스런 눈초리로 바라본다거나 쉽게 다른 가게랑 비교해서 보나마나 가짜라는 어떤 선입견을 두고 이야기 하는 고객들이 가장 기분 언짢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단골고객들은 참기름의 품질을 알아보고 다른 손님에게 소개하고 사다가 선물도 한답니다. 또한 며느리 때 와서 단골 되었다가 할머니가 되어 손주 데리고 오기도 하고 자신의 며느리를 대동해서 오기도 한답니다. 그럴 때 정말 뿌듯하다고 하데요. 좋은 고객은 알아서 홍보를 해준 답니다. 엄마기름집 가야 진짜 참기를 살 수 있으니 꼭 가라고 권한다고 하지요.


인생을 참기름 짜내듯이 숱한 공정(난관)을 거쳐 고소한 참기름을 얻어 내듯이 이미 삶의 철학을 알고 실천하는 이일순씨
여사장님의 밝은 미소와 먼저 배려하는 마음에 엄마 기름집은 날로 번창 할 것으로 봅니다.
참 그리고 보니 제목에 왜? 손님 스스로 웃돈 주고 사갈까에 대한 답을 알려드리지 않았네요
제가 머무는 사이에 한 50대의 아저씨가 오시더니 율무를 한 봉지 가져가면서 3만 원이에요 하면서 만원 권 두 장과 5천원 권 그리고 천 원짜리 5장을 따로 접어 주시더라고요. 무심코 3만 원짜리 사가는 분인가보다 했는데 이때 사장님 하시는 말씀~. 몇 년을 2만원을 받았더니 몇 개월 전부터 알아서 만원의 웃돈을 건네 주고 가신다는 겁니다.  왜 그럴까 대부분 싸게 주면 얼싸 좋다하고 가져가야 하는데 그 신사는 물가도 오른 지 오래 되었는데 2만원만 받는다고 더 얹어 주시는거랍니다. 그 분은 가까운 데서 차와 커피를 한 잔씩 파는 이동 찻집 아저씨. 반드시 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3만원을 낼 때는 . 그동안 상당히 서로 교류도 있고 신뢰가 바탕이 된 것이겠지요. 이일순 사장님은 말씀하십니다. 먼저 손해보 듯이 베풀어야 그 이상이 들어온다는 것을 강조 했습니다. 재래시장에서 한 푼 두 푼 모으는 상황에서도 손님부터 생각하는 마음이 웃돈을 알아서 챙겨 주는 게 아닐까요? 이심전심~

엄마기름집, 엄마의 마음으로 모든 상품을 취급합니다, 이정도의 철학과 손님들의 태도를 보면 엄마 기름집 믿을만 하죠?
오늘도 추운 날 시장에서 고소한 참기름 향기를 만들어 내는 엄마기름집, 따스한 겨울 보내길 바랍니다

원본주소-http://homihomi.tistory.com/478

재래시장의 인심과 사람사는 맛을 느낄 수 있는 곳, 재래시장 많이 이용해 주세요~ 추천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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