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숙 포토에세이[석촌호수에 점하나 던져 놓기]

2013. 8. 4. 08:16글 이야기/포토포엠.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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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숙 포토에세이[자전거로 간 석촌호수에 점하나 던져 놓기]

 

석촌호수에서 본 잠자리

나란 존재는 저 공허하게 넓은

하늘 어느 한 자리에

자그마한 곳을 차지하고

 

마치 세상을 얻은 듯하다가

존재 의미가 작아짐을 느끼며

나를 내려놓겠다고 다짐을 해보기도 한다.

 

가끔 잠자리도 새라고 우기고 싶다.

 

평범하다.

일상 속의 그저 오늘이라고 여기지만

 

독특함으로 내비칠 때

영웅으로 대접 받기도

용기 있음으로 믿다가도

 

순간 동떨어진 것을 느낄 때

긴 외로움에 휩싸인다.

 

 

 

작디작아 존재마저 잃은 것 같지만

연못이 품고 있는 우주를 떠받든 건

자그마한 소금쟁이다.

 

소금쟁이란 이름이 무색하게도

소금하고 거리가 멀고멀다

우주의 고요함을 받쳐 들고

성큼성큼 정박한 작은 우주선

 

먼지가 별이 되고

푸른 이끼가 은하수가 되어 흐르는 연못 우주

 

 

 

유유자적이란 뜻을 제대로 보여주는 오리 떼

석촌호수 서호의 작은 수상 저택

쉼에 있어 쉼터는 필수

 

나무 마당에 그늘을 드리운 수초정원이

더 없이 부러운 무릉도원이 되어

한참을 바라다 보다

내가 오리가 되어 저기 눕는다.

 

 

 

호수 초록물빛에 검은 잉어 떼 사이에

화려함으로 나타난

군중 속의 외로움 같기도 한

패셔니스타 비단잉어

 

평범함 속에 돋보이려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체 발광은

누구의 바람도 아니고

그냥 자연스러움이리라

DNA가 다를 뿐인

그냥 잉어 일뿐이야.

추켜세우지도 왕따도 시키지 말길

 

 

때론 지느러미로 물을 가르고

때론 물갈퀴로 물을 헤치는

유영하는 자태는 똑같이 보이지만

하나는 몸을 비틀어 물살을 헤치고

하나는 보이지 않는 물밑 발버둥이려니

 

상어는 부레가 없어 살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어느 드라마의 대사처럼

멈춤은 곧 정지요

 

오늘도 땅을 딛고

나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유난히 빠르게 움직이다가

신호등 붉은 색의 약속에

멈춤 상태에서도 마음은 이미 건널목을 건너는 것처럼

삶은 물갈퀴나, 지느러미나, 발걸음이나 매 한가지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고 흘러가지만

걷는 자와 쉬는 자

그 사이에 먹이를 먹으려

경계의 눈빛을 흩트리지 않고

종종걸음으로 다가가

모이를 쪼는 비둘기에겐

오늘을 살아가기 위한 움직임이 날렵하다.

 

타인의 삶을 관조해도

머무름이 결코 용납되지 않는 시간 앞에

조용하고 고요한 평화가 흐른다.

 

 

물살을 가르며 고요를 깨뜨린

보트의 꽁무니 따라 주름을 긋는

여유로운 풍경 뒤에

고층 빌딩의 사각 틀 속에

촘촘히 갇힌 사람들이

빼꼼이 내려다보며 

그윽한 눈빛으로 호수 풍경에 빠질 때

 

초록의 잎새가 그늘을 드리우며

바람붓을 흔들어 그림을 그리고 있음을

아무도 모르듯

타인과 타인 사이

존재하는 무관심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설렘과 두려움을 동반한 놀이기구에 올라

괴성을 질러대며

아찔함 속에 쾌감을 느끼며

시계의 톱니바퀴 따라

움직이는 시계추처럼

하루의 어느 조각을 채우고 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오순도순 옹기종기 모여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들이

물빛에 두런두런 비칠 때

 

나무는 그늘을 드리우고

그 잎새를 뒤흔들며 바람이 드나들고

회전하고 있는 놀이기구의 비명

 

여름을 노래 는 매미의

생의 처음이며 마지막을

작렬하는 여름 땡볕의

기온이라도 재는지 유난히 소리가 높다.

 

 

 

동쪽 호수를 건너

정작 쉬어야 할 곳엔

사람이 하나 없는

빈 정자가

그늘을 드리우고

 

먼발치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뜨거운 여름 어느 날 오후

 

 

 

시간을 갉아 먹은 흔적의

철 빠른 노란 낙엽은

가을을 예고하고

 

초록빛 건너

해시계의 그림자가 점점 길어지는 시간에

하늘과 키재기 라도 할 듯

 

고층 빌딩 건설현장엔

공중 곡예라도 펼치는 듯

공사장 인부들이 개미처럼 보이고

 

고요한 물결마저 일렁일 듯한

공사장 소리는 요란하다.

  

 

호숫가 나무에 매미는

카메라 셔터 소리에 멈칫

노래를 멈추고

잠시 자태를 보여주곤

포르르 날아오른다.

 

오전 7시. 이 글을 쓰는 시간 매미 한 마리

열창을 시작한다. 오늘도 덥겠다.

 

 

호수의 서편에 있는 오리집이 있는가하면

동편에는 왜가리 한마리가

오수를 즐기고 일어나

긴 다리를 뻗어 기지개를 켜더니

살짝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마주친다.

 

나 홀로 집에 있어요.

놀러 오실래요~

 

 

 

초록으로 무성한 호숫가

두 바퀴 자전거는 한 쪽에 세워두고

배회하던 아줌마

 

이렇게 석촌호수에

점하나 찍고

마음 한 쪽 내려놓아

하루의 어느 부분을 채우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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